[거꾸로 가는 균형발전] ‘코로나 앞세워 수도권 챙기기’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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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지역불균형 문제 해결에 가장 앞장선 참여정부를 계승했다는 점에서 비수도권 지역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어젠다는 다른 국정과제에 밀려 표류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산업 재편 과정에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지역민들의 상실감은 커지고 있다.

유턴기업 ‘수도권 유치’ 확대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표류’
“후순위로 밀리는 지역 정책
최고권력자의 의지가 문제”

<부산일보>는 정부의 균형발전·지방분권 정책을 4차례에 걸쳐 입체적으로 점검해 본다. ▶관련 기사 2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국정과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5대 국정 어젠다의 하나로 내세웠고, 3대 전략 11개 세부과제를 설정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 적폐청산, 권력기관 개혁 등의 정치현안에 지방정책은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닥치자 그런 분위기는 더욱 강해졌다.

지난 1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해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 감세 혜택을 수도권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재계의 요구에 맞춰 공장총량제 등 수도권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여 역대 정부가 지켜 왔던 수도권 규제라는 큰 둑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도 답보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임기 내에는 안 된다”면서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당 지도부와 정부가 협의해서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8년 정기국회 연설에서 ‘122개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을 발표했고, 4월 총선 때는 부산을 방문해 “선거가 끝나는 대로 지역과 협의해서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확정짓겠다”며 “지역에서 아주 간절하게 요구해 온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용역이 거의 끝났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자 자신의 ‘임기’ 문제를 거론하면서 차기 지도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손을 놓아 버린 것이다.

특히 이 대표가 총선 때 언급한 ‘혁신도시 성과 평가 및 정책 지원 용역’ 결과가 당초 올 3월 발표되기로 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용역을 맡은 국토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주민만족도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여권 핵심부의 ‘결심’이 서지 못했다는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을 살리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도 낮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2단계 국가균형발전사업으로 모두 23개 사업에 25조 원을 배정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지방 SOC 건설 사업도 올해 예산에 10조 원 넘게 배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권역별로 숙원사업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부산·울산·경남의 경우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문제가 15년 전부터 제기됐고, 문 대통령도 2016년 총선에서 “부산에 (국회의원)5석만 주면 신공항을 이뤄 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도 총리실의 검증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정부는 부산의 먹는 물 문제에 대해 줄곧 외면하고 있다. 부산은 경북과 경남으로 연결되는 낙동강을 취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어, 부산의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부산시를 중심으로 이의 해결을 수차례 건의하고 촉구했지만 정부는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균형발전 정책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어떤 정책이든지 완벽한 환경 속에서 추진될 수는 없다. 양대 지역정책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것은 상황적 요인보다는 최고권력자의 의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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