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 ‘인종차별 항의’ 최대 규모 평화 시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지난달 25일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12일째 열리고 있는 가운데, 6일(현지시간) 시위 참가자들이 착용한 마스크에 저마다 “나는 숨 쉴 수 없다”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AP연합뉴스·UPI연합뉴스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지난달 25일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12일째 열리고 있는 가운데, 6일(현지시간) 시위 참가자들이 착용한 마스크에 저마다 “나는 숨 쉴 수 없다”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AP연합뉴스·UPI연합뉴스

주말인 6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최대 규모의 평화 시위가 열렸다. 시위가 12일째로 접어들면서 폭력 사태는 자취를 감췄고, 제도 개혁을 통해 경찰 폭력과 인종 차별을 끝내자는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미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수많은 시민이 도심에 집결해 거리를 행진하며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구호를 외쳤다. 거리 곳곳에서는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졌고,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미국 전역에서 일종의 축제 분위기가 형성됐다.

구름 인파 도심 집결 거리 행진
폭력 사라진 축제 분위기 진행
추모 비행·노젓기 이색 행사도
경찰 폭력 제한 조치도 잇따라
한국·일본·유럽서도 항의 집회


워싱턴에서는 구름 인파가 백악관과 링컨 기념관, 내셔널몰 앞을 가득 메웠다. CNN은 워싱턴에서 수만 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를 조직한 시민·인권단체들은 길거리 테이블에 간식과 물병을 차려 놓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 줬다.

워싱턴의 축제 같은 평화 시위 분위기는 뉴욕 브루클린다리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LA의 할리우드 대로를 가로지르는 평화 행진으로 이어졌다.

필라델피아와 시카고의 시위대는 “정의도 평화도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이따금 조용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플로이드의 영면을 기원했다. 애틀랜타 거리에서는 대학 동문으로 구성된 흑인 밴드가 즉석 연주를 펼쳤고, 시민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항의 시위는 전 세계 각지에서 시차에 따라 아시아에서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100여 명의 참가자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피켓을 든 채 서울 명동에서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침묵 행진을 했다.

일본에서는 도쿄도 시부야구 JR 시부야역 앞 광장에 시민 500여 명이 모여 인종 차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유럽에서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대도시마다 열린 항의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한쪽 무릎을 꿇은 가운데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1분 묵념을 이어갔다.

한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작은 마을 래퍼드에서는 플로이드의 두 번째 추도식이 열렸다. 플로이드의 시신을 실은 금빛 관은 지난 4일 첫 번째 추모식이 열린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떠나 플로이드가 태어난 노스캐롤라이나 추도식장에 도착했다. 현지 언론 추정으로 3만∼4만 명에 달하는 추도객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줄을 섰고, 추도식장을 향하는 차량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캐나다에서는 ‘추모 비행’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드미트리 네오나키스는 지난 5일 2시간 30분 동안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상공에서 불끈 쥔 주먹 형상을 그리며 비행해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민간 항공기 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는 트위터를 통해 네오나키스의 비행경로를 공개하고 공중에서 펼쳐진 항의 시위에 힘을 보탰다. 또 미국 흑인여성 서핑 모임 ‘블랙걸스 서프’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패들 아웃(노 젓기)’ 행사를 제안하면서 바다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렸다.

며칠째 평화 시위가 이어지면서 수도 워싱턴과 조지아주 애틀랜타, 텍사스주 댈러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LA 카운티 등이 야간 통행금지령을 속속 풀었다. 캘리포니아주는 전날 플로이드의 사망을 촉발한 목 조르기 체포 훈련을 금지했고, 네바다주 리노 경찰도 이날 목 조르기 등 경찰의 물리력 사용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는 등 경찰의 폭력을 제어하는 조치도 잇따랐다. 콜로라도주 덴버 지방법원은 시민들이 현지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소송을 인용해 시위대에 대한 최루탄과 고무탄 사용을 제한하는 명령을 내렸다.

한편, 뉴욕주 버펄로의 70대 시위 참가자를 밀쳐 다치게 한 경찰관 2명이 6일 모두 2급 폭력 혐의를 적용해 기소됐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