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주말 버스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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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는 지난달 16일부터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내 분수광장에서 매주 토·일요일 ‘주말엔 버스킹’ 문화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민족상잔의 아픔이 서린 곳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건 과한 거 아닌가요?” “역사 인식이 무뎌지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경남 거제시 지방공기업인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관광객을 유치하려 현충 시설로 지정된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 주말마다 음악 공연을 열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돌아보고 평화를 염원하는 역사의 현장에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반면, 공간의 정체성이나 의미가 퇴색되는 건 아닌 만큼 문제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민족 아픔 서린 곳에서 부적절”
“의미·정체성 퇴색 없어 괜찮아”
거제관광공사, “설문 수렴 결정”

공사는 지난달 16일부터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내 분수광장에서 매주 토·일요일 ‘주말엔 버스킹’ 문화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공원을 찾는 관람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설 자리를 잃은 지역 예술인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공사의 판단이다.

하지만 시민과 방문객 사이에선 유적공원에는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적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급증하는 전쟁 포로를 수용하려 설치한 한반도 최대 규모 집단화 시설의 마지막 흔적이다. 당시 수용소에는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 등 20여만 명이 생활했다.

김영춘 에코투어 대표는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역사적으로 참혹한 공간이다. 여기에서 박수치고 환호하는 시끌벅적한 공연은 안 될 말”이라고 꼬집었다.

반론도 나온다. 공연을 지켜본 한 관람객은 “이런 공연을 한다고 공간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아픔을 간직한 공간이라고 지나치게 경직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도는 필요하다”면서 “오히려 어두운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다.

공사는 당시 수용소에서 생활하던 전쟁 포로들도 문화 행사를 즐긴 데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변신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한국전쟁 때도 수용소에서 문화, 공연, 연극, 교육이 다 이루어졌다. 정체성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만 논란이 분분한 만큼, 주민과 관람객 설문 조사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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