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드론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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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 전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드론이 IoT(사물 인터넷)에다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그 쓰임새가 무한히 넓어지고 있다. 순찰과 감시, 치안과 경호, 화재 진압, 난민 구조, 공중 방역, 밀렵 감시, 통신 중계, 초미세먼지 측정, 시설물 진단 등 공익적 활용도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제는 상업용 드론을 개발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졌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배송 분야다. 지난해 미국 구글 계열사가 드론 택배 테스트를 시작한 뒤로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독일 DHL 같은 세계적 물류 기업들이 드론 택배 사업에 뛰어들었다.

드론은 미래의 이동 수단으로도 주목받는다. 거대한 인구 집중과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는 대도시의 막대한 비용을 해결하기에 드론은 더없이 훌륭한 수단이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항공사, 자동차 회사, 드론 전문업체가 드론을 활용해 ‘하늘을 나는 차’를 앞다퉈 개발 중이다. 선두주자는 미국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다. 우버의 이동 수단은 비행기와 헬리콥터, 드론을 결합한 모양으로, 스마트폰으로 예약하고 도심 주요 건물의 옥상에서 이착륙을 한다. 필요할 때 언제든 차량을 불러 사용한다는 공유의 개념은 기존의 차량 소유 관념을 뛰어넘는다. 주차와 체증 문제를 해소하고 향후 도시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론 택시는 혁명적이다. 우버는 전 세계 도시 중 실험도시를 선정해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드론 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고 2023년부터 정식으로 상용화해 세계 여러 지역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4일 우리 정부가 2025년까지 드론 택시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런 첨단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도심의 하늘을 나는 드론 택시는 전기 동력을 기반으로 최대 5명(조종사 포함)을 태우고 30~50㎞ 거리를 간다. 차로 1시간 걸리는 이동 거리를 20분 안에 해결할 수 있다. 상용화 10년 뒤에는 자율 비행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SF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가까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영화가 현실로 구현되는 일은 상상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공중 이동은 3차원 공간의 항로와 안전·규제 문제를 품고 있다. 2차원 공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한 숙제를 풀지 못하면 더 큰 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드론은 생명을 구하는 데 쓰일 수도 있고 범죄나 테러에 악용될 수도 있다. 그것은 문명의 두 얼굴을 상징한다. 윤곽도 모를 미래의 그 얼굴 앞에 우리는 서 있는 것이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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