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PK정권? 짝사랑으로 끝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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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녕 정치부장

현 정권이 출범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부산에서 활동한 변호사 출신이며 경남 양산에 주거지를 둔 대통령의 탄생에 어느 곳보다 기대가 높았던 부산·울산·경남(PK)이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대통령의 고향이라고 해서 눈에 띄는 ‘혜택’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 19라는 위기 와중에 튀어나온 ‘유턴기업 수도권 유치 확대’ 카드는 지역민의 뒤통수를 제대로 저격했다. 국가균형발전에 누구보다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받는 참여정부의 적통을 이어받았다는 현 정부가 경제 위기 극복을 ‘핑계’로 가장 먼저 걷어찬 것이 국가균형발전이 된 셈이다. ‘지방에 사는 주민’으로서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PK정권’ 출범 벌써 3년
눈에 띄는 혜택 아직 없어
경제위기 이유 지역 외면
선거 전후 말바꾸기 심각
지역민심 전달 통로 없어
기대 충족시킬 조치 절실

여기에 4·15총선 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부산을 방문해 “확정하겠다”고 공언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역시 최근 “임기가 얼마남지 않아 안된다”고 이 대표 스스로 말을 바꿔 버렸다.

또한 총리 시절 김해신공항 검증과 관련, ‘조속한 검증’ 등을 요구하는 지역의 요구에 냉담하던 이낙연 전 총리가 4·15총선을 1주일 앞두고 부산을 찾아 적극적인 신공항 해결 의지를 밝힌 것도 당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표의 말 바꾸기와 겹쳐 현 여권 지도부의 지역을 대하는 태도가 대단히 정략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총선 당시 약속한 부산 의원 5명 당선과 가덕도신공항 착공 연계 공약이 불발된 것은 지금까지 두고두고 말이 나오고 있다.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도 문 대통령은 부산지역 6대 공약 중 ‘동남권 관문공항 및 공항복합도시 건설’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최근까지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 현 정부에서는 별다른 답이 없었다. 오히려 여권 핵심부에서는 ‘눈치 없는 시장’이라며 오 전 시장의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주장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총선에서 6석이던 민주당의 부산 의석이 3석으로 반토막 났다. 여권 일각에서는 ‘다시 지역주의 망령이 부활했다’며 푸념하고 있지만 단순히 지역주의를 탓할 일은 아닌 듯 하다.

지금의 여당이 집권당이 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의지가 있었다면 지역에서 내건 각종 공약을 실천할 시간은 충분했다. 지난 3년에 대한 평가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것이다. 여당이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둔 이유도 있을 것이고 지역에서 의석이 반토막이 난 이유도 있다.

여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PK 유권자들이 민주당에게 초유의 압승이란 선물을 안겼던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역민들은 ‘우리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권’에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수 지역민들이 ‘대통령 고향이 맞나’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부산정권’ ‘PK정권’이란 표현이 현 정권하에서는 ‘적폐’의 한 종류로 치부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필요할 때 이러한 용어를 사용한 건 여야가 따로 없었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얘기가 달라질 뿐이다.

케케묵은 얘기지만 한 두 사람만 거치면 ‘청와대 사람들’과 연결이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다. 딱히 지역의 현안을 해결해주지는 않았지만 불만이나 하소연을 할 통로는 있었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의 현안을 정부의 핵심들에게 속시원하게 털어놓을 창구가 절대 부족하다. 6명의 국회의원이 지난 4년간 활동했었던 점을 생각하면 국회의원 숫자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현 정권에 PK 사람이 절대 부족한데다, 소수의 PK출신 여권 실세들 조차 지역에 대한 애정이 크게 있어보이지는 않다. 지역의 현안은 ‘원칙’을 앞세운 다른 지역 출신 고위인사들에게 번번이 가로막히는 느낌이다. 누구하나 제대로 나서서 지역의 목소리를 속시원하게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다.

‘힘 없는’ 야당의원들이 즐비하지만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정치지형은 아닌 듯 하다.

‘고향 정권’이라고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접은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2년이나 남은 현 정권에 여전히 미련을 두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지역에서는 ‘그래도 현 정권에서 뭔가 해줄 것’이란 소문들이 떠돌고 있다. 그게 신공항이란 얘기도 있고, 그보다 더 큰 선물이 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실체는 없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크면 안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번 총선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였던 지역의 여권 인재를 썩히지 말고 정권의 핵심 요직에 적극 발탁해 지역을 위해 심부름을 좀 시켜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낙선자 개인의 입신을 위한 부탁이 아니라 2년 후 고향에 마련될 사저로 돌아오는 최고 권력자에게 남은 기간 고향 발전을 위해 좀 더 실질적인 노력을 해달라고 촉구를 하는 것이다. jumpjum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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