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숨은 지뢰’ 불법매립 폐기물, 부산시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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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부산에서는 이제부터 ‘한 길 땅속을 모르니 자나 깨나 발밑을 조심하라’고 바꿔서 말해야겠다. 부산의 땅속은 대체 뭐가 들었는지 몰라 위험천만이다. 지난해 10월 부산 사하구 구평동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3명을 포함해 4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예비군 훈련장을 조성하며 물에 약한 석탄재를 매립한 것이 붕괴 참사의 원인이었다. 석탄재는 물을 머금으면 알갱이가 분리되는 성질을 가져 성토 재료로 써서는 안 된다. 예비군 훈련장이 조성된 1980년 당시에는 관련법이 없었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엄연한 불법매립이다. 부산시나 사하구청 등 당국이 이 중요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기가 막힌다.

처리 비용 치솟으며 빈발 가능성 커져
시, 현황 제대로 파악해야 시민들 안심

지난해 12월 동래구 안락동에서는 도로를 불과 몇㎡ 팠더니 수백㎏의 쓰레기가 줄줄이 올라오는 일이 벌어졌다. 땅을 파낸 단면에도 폐기물이 많았다. 일대 도로 전체를 파면 엄청난 ‘쓰레기 산’이 될지도 모른다. 동래구가 즉각 해당 도로 아래에 매립된 폐기물 규모와 지반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야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 사실 불법으로 매립된 폐기물이 부산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개 구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올 4월에는 부산 사하구의 한 우체국 신축 공사장에서 터파기 공사 도중 8만t이 넘는 폐기물이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38억 원이 들었고, 공사 기간이 9개월 연장되었다. 땅속을 생각하면 두려울 정도다.

불법매립 폐기물이 산기슭, 논밭, 도로 아래 등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 큰 걱정이다. 이처럼 불법매립된 폐기물은 환경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생명마저 위협하는 ‘숨은 지뢰’로 봐야 한다. 불법매립 폐기물이 수시로 발견되고 인명 사고까지 발생했으니, 부산시는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부산시의 불법매립 적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불법매립은 현장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고, 땅을 파 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점은 이해한다. 그래도 부산시의 ‘불법 폐기물 적발과 조치자료’에는 애초부터 ‘불법매립’ 조항조차 없었다니 그동안에는 단속할 의지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4대강 개발사업 당시 낙동강변에서 불법매립 폐기물이 발견되어 부산시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폐기물로부터 악성 침출수가 흐르는 식수원에서 나온 물을 마시고, 폐기물 위 논밭에서 자란 농산물을 먹는다면 시민들의 건강이 온전할 리 없다. 구평 산사태 참사도 불법매립 사실만 미리 파악했다면 막을 수가 있었다. 매립장 부족으로 폐기물 처리 비용이 매년 치솟고 있다. 불법매립에 대한 유혹도 커질 수밖에 없다. 부산시는 불법매립 적발이 쉽지 않다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현황 파악에 나서야 한다. 부산시민이 안심하고 먹고 자도록, 부산시는 ‘숨은 지뢰’ 제거에 당장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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