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 반짝공약… 인천공항 올인에 멍드는 부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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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균형발전] 4. 동남권 관문공항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정부가 변화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공항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해국제공항 전경. 연합뉴스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은 800만 부산·울산·경남 지역민들의 염원이다. 단순히 공항 이용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물류·관광마이스 산업 등 지역 경제 활성화의 측면에서 그렇다. 갈수록 침체돼 가는 지역 경제를 감안하면 일종의 생존권 차원의 요구인 셈이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집중 육성 등 수도권 중심주의 정책과 동남권 관문공항 무시 등 지역 균형발전 홀대는 이번 정부 들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달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 발표를 앞두고 부·울·경 지역은 살아남느냐, 고사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도 총리도 선거 땐 “건설”
선거 끝나면 말바꾸기 되풀이
인천공항은 5활주로 추진하면서
부울경 사활 걸린 관문공항 외면
“정부, 수도권 편애부터 벗어나야” 


■선거 전·후 달라지는 분위기

동남권 관문공항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말바꾸기와 무관심은 더 이상 새로운 이슈가 아닐 정도로 만연돼 있다. 선거 때만 되면 부·울·경 표를 의식해서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도 선거가 끝나거나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르면 외면하는 패턴이 수없이 반복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총선에서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 5명을 당선시켜 주면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2017년 대선에서는 동남권 관문공항에 대해 “5개 지자체의 공동 관문으로 활용되고, 인천공항에 맞먹는 허브공항으로 클 수 있는 위상을 가지고 만들어져야 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약속은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기본계획안이 안전·소음·환경 등의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어 동남권 관문공항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지적에도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길어지는 침묵만큼 부·울·경의 경기 침체와 한숨은 깊어져 간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전·현직 국무총리들도 비슷한 모양새다. 이낙연 의원(전 국무총리)은 올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올 4월 8일 부산을 방문해 “부산이 제2의 도시, 대한민국 관문의 위상에 맞게 발전해 나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 절실하다”며 “그런 관점에서 신공항 문제를 포함해 부산의 여러 현안을 정부와 함께 민주당이 풀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앞서 총리 재직 시절인 지난해 김해신공항 검증을 총리실이 맡은 뒤 신공항 문제에 대해 원칙론을 고수해 왔다. 그는 부산·경남 지역 국회의원들의 빠른 검증과 정무적인 판단을 통한 조속한 결론 요구에 대해 “정치가 개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세균 현 총리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 “동남권 관문공항은 경제적 측면에서 추진돼야 한다. 800만 시·도민 염원과 온전히 일치한다”고 강조했지만, 현재 부·울·경 지역 정치권, 경제계, 시민사회단체들의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호소에도 검증위의 검증 결과대로 결정하겠다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수도권 편애로 멍드는 지방공항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 공전하는 동안 국토교통부의 수도권 편애와 밀어주기로 인천국제공항은 갈수록 팽창하고 있다.

2001년 3월 여객터미널 1개와 활주로 2개로 개항한 인천공항은 2008년(2단계) 활주로 1개를 추가했고, 2018년(3단계) 제2터미널을 추가 개장했다. 현재(4단계)는 활주로 1개 추가 공사와 제2터미널의 확장 공사 중이다. 최근에는 국토부가 또 인천공항에 제5활주로와 제3터미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인천공항 몰아주기 행보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공항이 지난해 연간 수용능력 1억 600만 명의 초대형 허브공항으로 성장한 반면, 김해공항은 국토부의 홀대로 미주·유럽 등의 장거리 노선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해 왔다.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의 핀란드 국빈 방문으로 인해 핀에어가 올해 3월부터 부산~헬싱키 노선을 취항할 수 있게 된 게 전부다.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다음 달로 취항을 연기한 상태고, 현재와 같은 추세면 다음 달 취항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당시 핀에어가 김해공항에 취항하겠다며 적극적 의지를 보였지만, 국토부는 지방공항의 해외노선 유치에 관심도 없었던 터라 부산~헬싱키 노선 취항에 따른 국적사(대한항공) 손실 예상액을 연간 300억 원이라고 주장하며 핀에어가 대한항공과 좌석 공유 등 항공사 간 협정을 맺을 것을 유도하는 등 미적거리기도 했다.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기 위해 인천공항까지 가야 하는 지역민들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김해공항에는 외국으로 가는 화물노선이 없어 지역 기업들이 김해~인천공항을 오가는 내항기를 통해 화물을 인천으로 보낸 뒤 다시 해외로 부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토부가 김해공항에서의 항공화물 처리를 막아 왔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역 기업들이 항공편으로 해외로 물건을 수출하고 수입하기 위해 인천을 거쳐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이중 낭비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부산이 항만, 철도 종착지 등 육·해·공 물류 중심도시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가 수도권 편애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끝-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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