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살해 협박에 정신과 치료 다니는 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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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에서 입주민 갑질로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아파트 관리업 종사자의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한 오피스텔 관리소장이 1년 가까이 입주민의 협박과 폭행에 시달리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관리소장은 신경쇠약 증세까지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아 오고 있었고, 심지어 호신용품까지 구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해운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8일 관리소장 A(50) 씨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해당 오피스텔 입주민 B 씨를 상대로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이다. 고소장에 제기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 협박, 업무방해, 폭행, 모욕 등이다. 피소된 B 씨는 지역의 한 스포츠협회 간부다.

오피스텔 승강기 에어컨 갈등
입주민에 1년가량 괴롭힘 당해
벌금형 나온 뒤 보복 행위 더해
두려움 탓 약·호신용품에 의존

해당 입주민이 관리소장을 밀치며 항의하는 모습.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부산시회 제공


사건은 지난해 6월 ‘승강기 내 에어컨을 틀어 달라’는 B 씨의 요구에서 시작됐다. A 씨는 당시 실외온도가 에어컨 가동 기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지만 B 씨는 윗옷을 벗은 채 관리사무소를 찾아와 욕설과 협박을 했다. 이 과정에서 어깨로 A 씨의 명치를 밀치는 등 폭행에 준하는 신체 접촉도 이뤄졌다. 당시 사건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일단락됐다.

그러나 그 이후 B 씨의 폭행과 협박 그리고 업무방해 행위가 이어졌다. 견디다 못한 A 씨는 지난해 7월, 8월, 11월 3차례 걸쳐 고소장을 추가로 제출했다. 이 결과 B 씨가 약식명령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A 씨는 지난달 28일 고소장을 또다시 제출했다. ‘벌금형 이후 B 씨의 보복성 행위가 심해져 두렵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고소장과 함께 제출된 녹취 파일에는 “너 한 번 더 신고하면 내가 어떻게 하나 봐라. 죽는다”라는 B 씨의 협박성 발언이 담겨 있다. B 씨는 A 씨의 가족까지 언급하며 협박하기도 했다.

A 씨는 올 3월부터 공황장애와 불면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사무실에 호신용 스프레이를 구비하는 등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그는 “언제 어디서 보복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며 “B 씨가 ‘아는 사람을 시켜 어떻게 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아 매일 밤을 설치며 악몽을 꾸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취재진은 B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해당 스포츠협회 측에 연락했으나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부산시회 김홍환 회장은 “아파트 관리업 종사자에 대한 입주민의 부당한 행위나 간섭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이는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볼모로 입주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다. 근로자의 신분보장을 담보할 법령 제정과 입주민 의식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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