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송환법 시위’ 1년… 항쟁 불씨 안고 잠잠해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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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연인원 수백만 명의 사람이 홍콩 시내를 뒤덮었던 송환법 반대 시위는 1년이 지난 지금 잠잠해진 모습이다. 하지만 항쟁의 불씨는 남아 있어 보인다.

홍콩 시위 사태는 지난해 6월 9일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 반대 시위로 촉발됐다.

강경 진압·코로나19 거리 두기
홍콩보안법 겹쳐 시위 동력 상실
9월 입법회 선거 결과가 변수

6월 9일 첫 번째 시위에는 1997년 홍콩 주권반환 이후 최대 인파인 100만 명이 모여 송환법 반대를 외쳤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송환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위대는 법안의 완전 철회와 람 장관의 사임을 요구했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홍콩 정부에 분노한 시위대는 갈수록 격렬해졌고, 람 장관은 9월 4일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하고 사태 수습책을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11월 8일에는 시위 현장 인근 주차장 건물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던 홍콩과기대생이 나흘 만에 끝내 숨졌다. 격분한 시위대는 13일부터 홍콩이공대에 집결해 화염병, 돌 등을 동원해 경찰과 격렬하게 맞섰다. 하지만 경찰의 강경한 진압 작전에 1100여 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

그러나 11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중 400석 가까이 ‘싹쓸이’해 18개 구의회 중 17개를 지배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송환법 반대 시위는 결실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중국 중앙정부는 강경파를 홍콩 경찰 총수 등에 임명하는 등 압박의 끈을 조여 왔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으로 홍콩 정부가 전면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시행하면서 도심 시위마저 잠잠해졌다.

이어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때 홍콩보안법 강행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범민주 진영은 별다른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조차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체포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 경기침체 심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위 동력이 상실된 탓이었다.

하지만 반론도 나온다. 경찰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31주년 집회에 1만여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 반중 구호 등을 외쳤고, 특히 오는 9월 입법회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지난해 11월의 구의원 선거 압승을 재현할 경우 홍콩 정국은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도 크다.

김경희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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