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귀재’ 배우 신현빈 “같은 사람 맞느냐는 말 들으면 힘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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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현빈(35)은 마치 ‘변신의 귀재’ 카멜레온 같다. 데뷔작 ‘방가? 방가!’의 베트남 출신 이주 노동자를 시작으로 북한 정예부대 출신 형사·사격선수·의사 등 각양각색 캐릭터를 매번 맞춤옷을 입은 듯 새롭게 그려 낸다. 올해 초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선보인 정반대의 연기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욕망 가득한 캐릭터와 무덤덤한 인물을 극과 극의 온도로 펼쳐 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현빈은 “같은 사람이 연기한 게 맞냐는 말을 들을 때면 힘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형사·의사 등 배역
다양한 인물 맞춤형 연기 소화
‘슬기로운 의사생활’ 장겨울 역
영화 ‘지푸라기’ 때와 180도 변신
“안 해 본 캐릭터에 대한 갈증 커”

‘슬기로운 의사생활’(위)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출연했던 신현빈.
tvN·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신현빈은 최근 14%가 넘는 시청률로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에서 외과 레지던트 장겨울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겨울은 웃음기 없고 무뚝뚝하지만, 제 할 일 열심히 하는 ‘진국’ 캐릭터. 밥을 먹다가 환자에게 달려가는 건 다반사고 환자 다리에 붙은 구더기를 모두가 피할 때 혼자 쭈그려 앉아 묵묵히 털어 낸다.

신현빈은 “실제 성격도 덤덤한 편이라 주변 사람들이 저와 성격이 비슷하다고 하더라”며 “PD님과 작가님이 저를 알고 쓰셨나 싶을 정도로 닮은 부분이 많았다”며 웃었다. 그는 “겨울은 감정의 진폭이 큰 사람은 아니지만, 상대에 따라 다른 면모를 보인다”면서 “전반적인 성격은 캐릭터와 비슷하지만, 사랑에 있어선 겨울이 좀 더 용기 있는 것 같다. 저는 겨울처럼 사랑에 쉽게 빠지는 편도 아니고 적극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신현빈은 “시청자들이 소아외과 안정원 교수님과 겨울을 묶어 ‘겨울정원’으로 불러 주시더라”며 “단어가 정말 예쁜 것 같다.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둘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했다.

‘슬의생’은 곧 겨울의 성장 일기다. 일과 사람에 있어 ‘정도’만을 고집했던 겨울이 점차 변한다. 신현빈은 “어려운 의학 용어로 환자의 상태를 설명했던 겨울이가 나중엔 이해하기 쉽도록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리기까지 한다”며 “성장하는 겨울을 보면서 마음이 괜히 뭉클했다. 인턴을 교육하는 장면에선 ‘겨울이 다 컸네’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겨울이를 만나 저도 함께 성장했어요. 의학 용어로 가득한 대사를 외우는 게 쉽지 않았는데 돌아보면 저를 단련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어려울수록 더욱 붙들고 수험생처럼 달달 외웠죠. ‘총담관낭종’이라는 대사는 지금도 정확히 기억나네요.(웃음)”

수수한 캐릭터를 위해 신현빈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기본 피부 정리만 한 뒤 동그란 안경을 쓰고 색 없는 립밤을 발랐다. 머리는 질끈 묶어 올렸고 흰 티셔츠와 청재킷만 입어 ‘단벌 신사’로 불리기도 했다. 신현빈은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외적 변신은 어렵지 않다”면서 “전작인 영화 ‘지푸라기’에서 단발로 싹둑 잘랐을 때도 망설이지 않았다. 외적 변화를 주는 걸 아까워하면 캐릭터 표현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신현빈은 매 작품 새로운 얼굴로 이야기에 스며든다. 그는 “‘지푸라기’의 미란과 ‘슬의생’의 겨울처럼 안 해 본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크다”며 “연기에 나태해지는 게 두려워 평소에도 스스로 자극을 주려고 한다”고 했다.

올해 데뷔 10년 차인 신현빈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영화 ‘공조’ ‘변산’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드라마 ‘무사 백동수’ ‘아르곤’ ‘자백’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쉬지 않고 대중을 찾았지만, 연기 갈증은 여전히 목마르단다. “큰 목표나 계획은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대신 매일, 매 작품 충실하며 저답게 살아가고 싶어요. 저도 저 자신의 모르는 모습이 많다고 생각해요. ‘같은 사람이었냐’라는 말을 계속 들을 수 있게 꾸준한 마음으로 연기할게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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