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예술로 형상화한 대평동 산업근로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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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규 작가의 작품 ‘Breath-Lifescape(숨-삶, 풍경)’. 홍티아트센터 제공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숨 쉬는가?” 산업 근로자의 삶을 설치 예술로 표현한 작품을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산 사하구 다대동 홍티아트센터에서 최원규 작가의 전시 ‘숨-망각의 숲’이 오는 16일까지 열린다. 홍티아트센터 입주 작가 릴레이 개인전 ‘무한대의 사색’ 세 번째 전시다.

홍티아트센터 최원규 작가
16일까지 ‘숨-망각의 숲’ 전시
작업 과정 드로잉·영상 기록

최원규 작가는 근대 수리 조선 1번지였던 부산 대평동(현 남항동) 내 산업 근로자와 주민들 삶의 흔적을 설치 예술로 구현했다.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가기를 지속하려는 최소한의 물리적 행위다. 하지만 우리는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망각한 채 살아간다.” 최 작가는 망각돼 가는 삶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리서치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대평동 내 산업 근로자를 리서치하고 산업 현장에 떨어진 부산물을 모았다. 이것을 정제해 얻은 순수 쇳가루를 작업 재료로 사용했다. 최 작가는 재료를 선별하는 노동도 작업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100일 동안의 작업 과정을 드로잉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전시는 모두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중심이 되는 ‘숨-망각의 숲’ 섹션은 우레탄 폼으로 바닥을 뚫고 겹겹이 솟아오르는 숨을 형상으로 만든 설치 작업이다. “건축에서 빈틈을 메우는 재료인 폼을 통해 드러나지 않고 잊히는 수많은 삶을 형상화했다. 폼을 분사하고 양생하는 과정을 반복했고 쇳가루로 입체물의 외피를 구성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고자 했다.”

두 번째 섹션은 작업 준비 과정에서 작가가 매일 내쉰 숨의 기록을 보여 준다. 세 번째 섹션은 마그넷과 쇳가루의 관계를 통해 최 작가 자신과 주변부의 다양한 삶을 표현했다. 작가가 쓴 글이 흐르는 영상을 배경으로 마그넷의 반복되는 운동과 쓸리는 쇳가루의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지금 우리는 어느 곳에서, 어떤 숨을 쉬고 있는가’를 묻는다. 이번 전시는 부산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인 ‘컬쳐튜브’와 공식 SNS를 통해 온라인 전시 서비스로 제공된다. ▶최원규 ‘숨-망각의 숲’=16일까지 홍티아트센터. 051-236-8661.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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