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 훼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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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사회부 중부경남팀장

정책과 정치가 한 방향이면 “순풍이 분다”고 표현한다. 행정에서 정책이 수립되면 합법성을 불어넣고 예산집행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동남권 메가시티 플랫품’을 3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동남권 메가시티란 경남과 부산·울산이 초광역 협력을 통해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메가시티(Megacity)’로 만든다는 것이다. 메가시티는 초광역도시로 인구 기준은 300만, 800만을 거쳐 1000만까지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다.

김 지사는 부·울·경 800만 명(대구·경북까지 묶으면 1300만 명)의 동남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어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에 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메가시티 전략의 핵심은 교통망으로 공간을 압축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남도는 철도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도는 올해 4월 동남권 메가시티 플팻품 구축을 위해 ‘도시철도망 구축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하고 동남권 광역 경제공동체형성 토대가 될 ‘동남권 연계 철도망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경남의 철도수송분담률이 1.1%로 서울(29%)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철도가 거미줄 처럼 연결된 수도권과 비교하면 경남은 철도 불모지다. 동남권에서 도시철도가 있는 곳은 부산뿐이다. 철도를 통한 부·울·경의 공간압축이 이뤄지면 자연스레 하나의 생활권이 형성된다는 게 김 지사의 복안이다. 지난달 7일 경남연구원에서는 부산연구원, 울산발전연구원 등 3개 시·도 연구원이 참여한 가운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동남권 발전계획 수립 공동연구 착수보고회’까지 열었다. 3개 광역지자체가 하나의 목소리로 중앙정부 지원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메가시티 구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2009년에 부·울·경 통합을 주장했다. 그는 “동남권 미래를 생각한다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행정구역 개편을 포함한 실질적인 동남권 대통합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는 부산과 울산이 호응하지 않아 무산됐다. 후임인 김두관 전 지사도 같은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부·울·경 단체장 중 유일한 야당 소속이었다.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이 2009년 제기됐지만 각 지자체의 정치적 이해관계 내지는 단체장 소속 정당이 달라 정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동남권 메가시티 큰 그림이 완성되는 듯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가 동시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부·울·경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한 방향인 ‘순풍’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역풍(?)이 불고 있다. 먼저 동남권을 이루는 3개 축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했다. 여기에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되고, 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실질적으로 메가시티 구상을 주도하고 있는 김 지사도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메가시티를 향한 행정 계획은 진행되고 있지만 정치적 상황은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부·울·경 단체장들의 개인적 일탈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이 헛구호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kk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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