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매립비·산폐장 부족에 ‘검은 양심’ 판친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불법매립 폐기물’ 몸살

지난해 부산 남구 대연동의 자연녹지지역에 한 업체가 허가 없이 산업폐기물을 적치했다가 적발됐다. 아래는 부산서 유일한 산폐장인 강서구 송정동 부산그린파워.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곳곳에 불법으로 매립된 산업폐기물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땅속 깊숙이 파묻힌 쓰레기는 상수도와 농작물을 오염시키고, 산사태를 일으켜 직접적인 인명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발밑의 지뢰’나 다름없는 불법 폐기물, 대체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부산, 가동·설립 예정 산단 42곳
산업폐기물 처리장은 단 1곳 불과

“헐값 처리해 주겠다” 은밀한 유혹
불법 매립해 주는 업체 우후죽순
땅에 묻기만 하면 적발도 어려워



■부산 폐기물 처리장 단 한 곳

폐기물 불법 매립이 활개 치는 가장 큰 이유는 폐기물 양에 비해 이를 처리할 장소가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환경통계정보’에 따르면 부산시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립 산업폐기물은 약 44만 2861t. 현재 부산 내 산업단지는 23곳이지만 추가로 19곳의 산업단지가 추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하면 연간 매립 산업폐기물은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산업폐기물 매립이 가능한 곳은 부산에 단 한 곳, 서부산에 위치한 ‘부산그린파워’뿐이다. 현재 부산그린파워가 수용 가능한 쓰레기 양은 연간 약 100만t이다. 이마저도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대부분(64%) 쓰이고 있다. 부산 업체의 폐기물에 할당되는 양은 연 30만~40만t 수준에 불과하다.

부산그린파워는 처리장 의무 운영기간인 2024년까지 이 공간에 폐기물을 수년간 나눠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운영 기간이 끝나기 전에 매립지가 가득 차 버리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산 내에서 발생하는 매립 산업폐기물 중 이곳에 수용할 수 있는 양은 연간 6만~7만t, 전체 발생량의 14%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처리 비용 급증… 불법 매립 유혹

폐기물은 쏟아지지만 이를 매립할 공간이 없자 처리 비용은 급격히 늘어났다. 부산 강서구의 한 제조업 관계자는 “3년 전만 해도 폐기물 처리 비용이 t당 6만~7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이 금액의 3배가 넘는다. 매달 폐기물이 20t가량 나오는데, 지난달에는 이를 처리하는데 t당 27만 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폐기물 처리 비용이 급증하자 저렴하게 불법 매립해 주겠다는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높은 비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면 싸게 폐기물을 처리해 주겠다는 업체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자세히 물어보면 대부분 불법 매립 업체”라면서 “하지만 합법적인 처리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게 ‘알아서’ 해 주겠다고 하니 업체 입장에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단 땅에 묻기만 하면 지자체가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점도 불법 매립을 부추긴다. 해당 부지를 공사하거나, 개발하지 않으면 불법 매립한 폐기물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 부산 동래구에서 오수관 연결 공사 중 땅속에서 수백kg의 불법 폐기물이 나왔지만 매립 주체를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동래구는 이달 2일 폐기물을 매립한 책임 소재를 찾기 위해 용역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사례가 잇따르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시의회 고대영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부산시는 산업폐기물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추가 시설을 짓기 위해 해당 지자체와 상생 방안 모색, 민·관 TF(태스크포스) 구성 등 여러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배·서유리 기자 sang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