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 플랜’ 행동 개시… 다음 액션은 개성공단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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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밝힌 9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로 향하는 길이 적막하다. 연합뉴스

북한이 9일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선을 차단하며 본격적인 대남 공세를 예고했다. 다음 조치로는 개성공단을 완전 철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접경지역 충돌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했던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적’으로 규정한 남측을 향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최악의 국면’을 경고하고, 5일 통일전선부(통전부) 담화를 통해 ‘갈 데까지 가 보자’고 압박한 이후, 8일 오전 연락사무소 남측 전화에 한 차례 불응한 바로 다음 날 본격적인 ‘액션 플랜(행동 계획)’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은 실제 이날 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포함한 모든 남측 연락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남북 간 소통 채널 완전 차단
무력 도발 가능성 배제 못 해
긴장과 대결 구도로 회귀 우려
靑, 당혹감 속 北 의도 분석 주력
김정은 직접 안 나서 ‘반전’ 기대

남북의 상시 소통채널로서 기능했던 연락사무소와 청와대 핫라인 등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에서 일군 최대 성과로 자부하던 사항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셈이다. 남북관계가 화해 무드에서 단절 상태로 역행하는 것을 넘어 2018년 이전의 대결 구도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북한이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접경지대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합의에는 군사분계선(MDL)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전면 중단,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일정 구역을 완충수역 지정, MDL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이 담겨 있다.

문제는 북한의 파상공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정부는 이에 제동을 걸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다. 거기다 북한의 격앙된 태도로 보면 전단 살포를 막는다고 풀릴지도 불투명하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도화선이 돼 남북 통신이 차단됐지만, 북의 이번 조치는 북·미는 물론 남북 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데 따른 불만이 쌓인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일단 청와대와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의도 분석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통보에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일단 소집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들어 북·미대화 촉진 등 대화의 선순환을 위해 코로나19 공동 방역 등 남북 협력사업 추진에 주력해 온 만큼 실망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남측이 한반도 문제를 푸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북한의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에서는 무엇인가를 풀어 보겠다고 생각할 때 세게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남북 공동방역, 철도 연결사업, 개별 관광 등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각종 사업을 제안한 상태에서 대북제재 문제를 풀어 가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경우 대화 복원은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3월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에 김여정 부부장이 청와대를 강도 높게 비난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다음 날 문 대통령과의 신뢰를 확인하는 친서를 보낸 바 있다. 이번 통신 차단 국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남북 관계의 ‘반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긍정 신호로 읽는 듯한 기류도 감지된다.

따라서 청와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남북대화를 복원하는 노력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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