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억 들여 리모델링’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밑그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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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옛 침례병원을 동부산권 공공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밑그림이 나왔다. 9일 열린 용역 보고회에서 감염병 유행 상황을 반영할 경우 높은 편익이 예상된다는 결과가 제시돼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일보 DB

코로나19 사태로 긴급한 필요성이 강조되는 공공병원의 확충을 위해서 부산 금정구 옛 침례병원을 동부산권 공공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밑그림이 나왔다. 특히 감염병 유행 상황을 반영할 경우 기존 경제성 분석으로는 따질 수 없을 만큼 높은 편익이 예상된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돼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추진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는 9일 시청에서 ‘동부산권 공공병원 확충방안 및 민간투자 적격성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개최했다. 시는 금정구 침례병원을 동부산권 공공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약 11개월에 걸쳐 용역을 진행했다. 보고회에서는 부산에 공공병원을 확충할 필요성과 함께 확충 방안, 민간투자 적격성에 대한 재무분석 판단 등이 논의됐다.

‘동부산권 공공병원’ 용역 결과
446병상 종합병원 규모 제시
“감염병 시대 공공병원 절대적”
시 “지방의료원 행정절차 진행”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용역 결과 총 사업비 2594억 원을 투입해 446병상 종합병원 규모로 기존 병원을 리모델링해 사용하는 방안이 적정하다고 제시했다. 또 초기에는 진료과 중심으로 클리닉 형태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지역의 특성이나 요구에 따라 전문적 치료 인프라를 구축해 지역 응급의료센터나 심뇌혈관센터 등 전문 진료센터로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병원 조직을 2실 2처 4부 16팀으로 구성하고 20개 진료 과목을 운영할 경우 인력은 개원 초기 360명에서 5년까지 480명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민간투자(BTL) 방식으로 공공병원을 추진하는 것도 적격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투자자가 시설을 건설한 뒤 기부채납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임대료와 운영비를 나눠 내는 방식은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공공병원 수익성 악화에 대한 위험을 덜 수 있다.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 추진의 관건이 될 비용 편익 분석(B/C)은 1.1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이번 용역에서는 기존의 재정사업에서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는 방법과 다른 접근법이 반영됐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있을 경우 감염병 환자를 안정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총생산의 손실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

용역에서는 대규모 재정사업에 적용되는 비용 대비 편익 계산으로는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 상황을 전제한 공공병원의 편익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고 보고 경제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면서도 감염병이라는 특수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B/C 1.1은 감염병 유행 정도를 가장 낮게 가정한 경우다. 1918년 당시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된 스페인 독감과 같은 폭발적인 대유행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는 B/C가 최대 9까지 치솟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B/C가 1.1에서 9까지 나온다는 것은 공공병원이 기존 경제성 분석의 기준으로는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이자 기존 접근 방식의 예비타당성 조사는 면제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번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침례병원을 동부산권 지방의료원으로 건립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보건복지부가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 보험자병원화 방안도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해 함께 검토한다.

신제호 부산시 복지건강국장은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재난에 대응하고 필수 의료를 제공하는 공공병원은 경제성 논리로만 판단할 수 없는 시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동부산권 공공병원 확충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정구 남산동 침례병원은 2017년 7월 파산 선고를 받고, 2019년 1월에 1차 경매가 시작됐으나 여러 번 유찰되다 올 4월 5차 경매에서 제1 채권자인 연합자산관리회사 유암코에 422억 7000만 원에 낙찰됐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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