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 43명, 배상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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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배상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울산 보도연맹 피해자 가족 4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소멸 시효가 지나 국가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뒤늦게 피해 알아 2016년 소 제기
대법원 “소멸시효 다시 따져야”
1·2심 “청구권 소멸” 판결 뒤집어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1950년 8월 이승만 정부의 지시로 군인과 경찰이 보도연맹 소속 민간인 870여 명을 울주군 대운산 등에서 집단 총살한 사건이다. 보도연맹은 해방 이후 좌익 운동을 하다 전향한 사람을 모아 조직한 반공 단체로, 지역 할당제에 따라 사상범이 아닌 사람까지도 반강제적으로 등록했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직권 조사 등을 통해 407명을 울산 보도연맹 희생자로 확정했다. 2012년 8월에는 유족 482명에 대한 국가 배상 판결도 확정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43명은 2007년 과거사정리위의 희생자 확정 사실을 몰라 배상을 청구하지 못했거나, 그 이후 정보공개 청구 등 추가 자료에서 처형 기록을 확인한 유족이다. 이들은 이 사건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2016년 8월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지급 소송을 냈다.

1·2심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민법을 근거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 재판부는 원심이 소멸시효 규정을 잘못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이라는 소멸시효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2018년 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 청구권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부터 소멸시효가 시작된다’고 정한 민법상 소멸 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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