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톡 마음아 열려라...코로나로 힘든 요즘 더 필요해, 심리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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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심리상담소의 상담전문가들이 프로그램 회의를 하는 모습. 마주심리상담소 제공

지난 몇 달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다닌 것 같다. 몇 차례의 등교 연기로 몇 달간이나 학교에 가지 못했던 아이들부터 예상치 못했던 휴직과 확 줄어든 수입에 방황하는 어른들까지, 코로나로 인해 모두 잔인한 시절을 지나고 있다.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시기이다.


해운대 마주심리상담소
‘문턱 낮은 상담소’ 지향
툭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상처받고 지친 마음 치유


내가 힘들면 힘든 게 맞다!

“외국의 대학에서 유학했고 귀국해서 튼실한 기업의 해외 영업팀으로 입사했죠. 주변 사람들은 부러워했어요. 좋은 자리에 취업했고 회사에서 인정받았으니까요. 외국어도 잘하고 업무 능력이 뛰어나서 팀장으로 승진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편하지 않았어요. 불안했고 힘들었죠. 입사하는 후배들은 저보다 학벌이 더 좋고 외국어도 더 능숙하게 하더라고요. 자꾸만 뒤떨어지는 것 같아 열등감도 느껴지고. 밤에 잠을 못 자니 더 예민하고 날카로워지는 것 같고….”

힘들어서 안 되겠다 싶어 신경정신과를 찾아갔다. 거기서 검사를 했는데 의사는 아주 뛰어난 분이라 그렇다며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 팀장 정도가 문제 있다면 대한민국 대부분 사람이 다 문제 있는 거라는 말로 의사와 상담을 끝냈다.

문제는 이 팀장 스스로 괜찮지 않다는 거였다. 그때 호주 유학 시절 학교에서 추천한 심리상담이 떠올랐다. 처음 겪는 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에 잘 나가지 않았던 이 팀장을 위해 학교에선 심리상담전문가를 연결해 줬다. 정기적으로 상담전문가를 만나 힘든 점들을 이야기했고 돌아보니 힘든 유학 시절, 이 팀장을 버티게 해 준 건 심리상담이었단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마주심리상담소 이현희 대표에게 심리상담이 왜 필요한지 물으니 대뜸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약물이 필요한 병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심리상담소만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 정신과를 찾아가기는 애매하지만, 마음이 힘든 이들을 심리상담소가 품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이 힘들다고 느끼면 그건 분명히 힘든 상태이고 심리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 문제를 볼 수 있게 돕다!

문턱 낮은 심리상담소,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도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곳을 지향하며 지난해 연말 출발한 마주심리상담소. 사람들이 많이 오려면, 교통 편하고 찾기 쉬워야 한다는 이유로 마주심리상담소는 해운대 센텀 중앙로 눈에 잘 띄는 빌딩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자리 잡고 특별히 젊은이들이 쉽게 올 수 있는 위치를 생각했어요. 편안한 분위기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거든요.”

이 대표의 설명이다. 마주심리상담소는 상담 대상이 한정된 건 아니지만, 특히 20~30대 청년 프로그램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어릴 때부터 문화센터,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학원 등 많은 곳에서 다양한 것들을 접한 세대지만,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서 방황하는 세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젊은 친구들이 대인관계, 의사소통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사회에서 주어진 가면에 가려져 정작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어요. 자기를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니 점점 더 가면 뒤로 숨고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힘들 때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선배 같은 인간관계도 잘 없더라고요.”

이 대표는 체력을 올리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아 1 대1 트레이닝을 받는 것처럼 정신의 건강을 위해 심리상담소를 편하게 찾아 이야기하는 개념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비용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이 대표는 상담료를 딱 1만 원만 받는 만 원 상담도 시작했다. 심리상담 전공 석사들이 재능기부형태로 진행하는 상담으로 부담 없이 찾아와 마음의 위로를 받고 가는 젊은이와 주부들이 많은 편이다.



무슨 이야기든 좋아요!

마주심리상담소에는 개인 상담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다양한 소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모임이라지만, 참석을 강제하지도 않고 회원제도 아니다. 지켜야 할 규칙도 없다. 그저 편하게 수다 떨기 위해 오라는 식이다.

지위, 성별, 나이 모두 떼고 참가자들이 반말로 이야기하는 ‘수평어 모임’은 매월 1회 정도 진행된다. 누구나 마음대로 참석할 수 있다. 처음 본 사람들하고 어떻게 반말로 이야기하겠냐 싶지만 의외로 반말이라는 장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기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만든다.

행복한 부모가 되기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이 모임은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지, 아이에게 어떻게 좋은 부모가 될지를 이야기하는 모임이 아니다. 육아에 지쳐 정작 나를 잊어버리는 부모들, 얼마나 더 참아야 할지 괴로운 부모는 오롯이 자기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 받을 수 있다.

부모교육 특강도 진행된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참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아이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외에도 20~40대들이 매회 관심있는 주제를 정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도 있고 마음 챙김 명상 모임도 열린다.

“누구든 자기가 이야기하지 못하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면 가까운 심리상담소를 찾아 이야기하세요.” 마주심리상담소의 이 대표가 권하는 마음 달래는 방법이다.

심리상담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상담소들 외에도 부산시는 각 구별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정신건강학 전문의와 전문요원(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들이 체계적인 심리 지원과 사회 적응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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