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령 장애인 외면하는 장애인활동보조인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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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심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부산지회 전 사무국장

장애인활동보조인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되는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이야기하려 한다.

한국 사회에선 6~70년대까지만 해도 장애인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인격 모독적인 표현이 일상적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말할 것 없었다.

하지만 지금 장애인은 놀라울 만큼 바뀐 신세계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장애인 인권을 위해 일한 많은 사람의 땀과 헌신 덕분에 장애인은 그나마 현 수준으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세상을 살고 있다.

그동안 달라진 점을 아주 많다. 특히 이동 수단이 대표적인 예다. 20년 전만 해도 이동 수단이라곤 수동 휠체어밖에 없었기 때문에 바깥에 외출하려면 반드시 휠체어를 밀어주는 동행인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전동휠체어가 보급되고 있어, 손만 움직일 수 있으면 얼마든지 외출할 수 있다. 공공 교통 및 이동 수단 또한 아주 편리해졌다. 교통약자 콜택시 두리발을 이용하면 비가 와도 이동하는데도 불편하지 않다. 또 대다수 지하철역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출입하는데도 어려움이 줄었다.

그러나 이렇게 편리해진 장애인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아직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나이에 따라 활동보조인 지원 시간이 갑자기 줄어드는 활동보조인 제도다. 장애인활동보조인 제도는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장애인들에게 가장 획기적인 복지 제도로 손꼽을 수 있다. 정부에서 장애 정도에 따라 한 달에 최소 60시간에서 최대 480시간의 활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자체 따라서 다르지만, 부산은 추가 지원이 한 달에 최대 44시간까지 쓸 수 있다.

문제는 나이 제한이다. 법적으로 노인으로 분류되는 장애인, 이른바 노령 장애인이 되면 수백 시간에 이르는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해당 제도가 활동 지원 서비스 자격을 ‘만 65세 미만 노인이 아닌 자’로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만 65세 이상부터는 장애인활동보조인 제도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 한 달에 최대 120시간의 실내 신체 활동·가사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120시간이면, 하루 4시간이다.

비장애인도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점점 모든 활동이 힘들어진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몇 배나 신체 기능이 떨어져, 특히 독거 장애인은 하루 4시간 활동보조인 지원만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이건 복지 역행이다. 장애인 생활은 나이를 이유로 6~7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복지부가 이 정책 허점을 개선해줘야 한다. 만 65세가 되어도 동일한 활동보조인 지원 시간을 받게 해야 한다. 특히 냉장고에서 물 한잔도 꺼내 마시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은 하루 4시간 도우미가 방문하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식사는 어떻게 하며 또 신변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득하다.

독거 장애인이 아닌 경우라고 할지라도 상황은 독거 장애인과 비슷하다. 부모와 함께 거주한다 해도 장애인 본인 나이가 만 65세면 부모의 연세는 구순에 가깝다. 부모가 자식들의 돌봄을 받아야 할 연세가 아닌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신체 기능이 점차 떨어지면 활동보조인 지원 시간을 오히려 늘려줘야 함에도, 단지 나이를 기준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시키는 제도는 독거 중증장애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다. 정부는 반드시 이를 바로잡아 장애인이 나이가 들더라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글을 적고 있는 필자도 뇌병변 중증장애인이다. 필자 역시 집에 혼자 있을 때 목이 말라도 냉장고에 있는 물 한 컵도 못 꺼내 마실 뿐더러, 라면 하나 못 끓여 먹는 처지다. 장애인 중 만 65살이 되는 장애인 수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역주행하고 있는 복지제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 잡길 정부에 다시 한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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