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남의 영화세상] 사랑과 우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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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영화 ‘마티아스와 막심’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제공
캐나다 퀘벡 출신 자비에 돌란 감독. 그는 31세밖에 되지 않은 나이임에도 이미 세계 영화계를 대표하는 천재 감독으로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2009년 데뷔작부터 2016년까지 칸 영화제에 다섯 번이나 초청을 받았고 그때마다 상을 받았으며 2016년 27세의 나이로 심사위원상을 받아 ‘칸의 총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영화 거장인 켄 로치 또한 그를 일컬어 영상 미학이 뛰어나고 시대를 바라보는 감수성이 있다는 평가를 할 정도니 돌란을 일컬어 세계적인 감독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돌란의 영화들을 보면 그만의 감각적인 영상과 스타일리시한 음악들 그리고 사랑과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감성적인 이야기로 녹여 내고 있는데, CGV아트관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자비에 돌란 감독전:돌란, 애니웨이’(오는 10일까지)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 돌란의 이미 개봉한 작품 전편과 미개봉 신작, 국내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다큐멘터리와 주연을 맡은 단편까지 평소 만나보지 못한 작품들을 한번에 볼 수 있기에 씨네필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31세 캐나다 퀘벡 출신 천재 감독
‘칸의 총아’ 별명 가진 자비에 돌란

8번째 장편 ‘마티아스와 막심’ 개봉
주연 막심 맡아 자전적 요소 포함
사랑보다 관계 변화에 초점 맞춰



그중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은 돌란의 여덟 번째 장편 영화 ‘마티아스와 막심’이다. 한국에서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초청을 받은 작품으로 극장 개봉은 이번이 처음이다. 돌란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에 잘 담는 감독으로도 유명한데,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이 주연 ‘막심’으로 출연한 것부터 자전적인 요소가 눈에 보인다. 또한 그의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돌란의 영화임을 알아챌 정도로 그의 영화에는 특유의 감성이 잘 표현돼 있다. 이번 영화 또한 그렇다. 돌란의 영화에서 어머니를 자주 연기한 ‘앤 도벌’이 이번 영화에도 등장하고 LGBTQ 감성의 경우 한층 결이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어린 시절부터 절친인 마티아스와 막심은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친구의 동생이 만드는 단편 영화에 뜻하지 않게 배우로 출연하게 된 두 남자는 키스를 하게 되는데 그날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흐르게 된다. 형제처럼 허물없이 지내던 사이였지만, 키스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성적 취향과 마주하게 되고 사랑인지 우정인지 말 못 할 감정, 애정과 분노, 초조함과 불안감 등만 쌓여가는 나날을 보낸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사랑보다는 관계의 변화에 초점이 가해진 영화다. 12일 후면 생계를 위해 호주로 떠나는 막심, 애인과의 관계도, 나름 안정적인 직장 생활도 만족스럽지만, 막심만 생각하면 불안한 마티아스. 두 사람은 단 한 번의 키스로 모든 생활이 깨져 버렸다. 그저 친구들끼리 모여 시시덕거리는 게 재미있었던 20대 청년이었지만, 이제는 자신도 컨트롤하지 못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로 빠져 버린 것이다. 이 두려운 감정의 변화를, 관계의 변화를 돌란은 자극적이지 않도록 풀어나가고 있다.

돌란의 영화 세계는 여전하다. 등장인물의 정서와 심리상태가 연결되어 나타나는 화려한 빛과 조명 등의 과감함은 역시 돌란임을 알리고 있다. 또한 독특한 촬영 구도와 스타일리쉬한 음악은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돌란은 두 인물의 내면과 청춘, 불안 그리고 사랑이라는 문제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고 있어 그의 영화 세계가 더 깊어졌음을 느낀다. 사실 기존 돌란의 영화들이 과감하다 싶을 정도로 인물을 클로즈업하거나, 화면 분할을 했다면 ‘마티아스와 막심’은 그런 과한 연출은 생략하고 있다. 그만큼 인물들의 감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의 사랑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을진 모르지만, 사랑 때문에 한 번이라도 설레고 아파한 적이 있다면 ‘마티아스와 막심’의 감정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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