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청신호, 속도 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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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옛 침례병원을 동부산권 공공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밑그림이 나왔다. 2017년 파산한 침례병원은 올 4월 5차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으면서 매각 절차가 마무리됐고, 엊그제 ‘동부산권 공공병원 확충방안 및 민간투자 적격성 연구용역’ 절차에서 타당성이 확인됨으로써 공공병원화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더욱이 이번 용역은 공공병원 설립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할 만한 비용편익분석(B/C)에서 1.1 이상을 받아 경제성까지 입증했다. 부산시가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일만 남았다.

공공병원은 경제 논리로만 따질 수 없어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결단해야

공공병원의 비용편익분석에서 경제성이 입증됐다는 게 의아할 수 있다. 이번 용역에서는 기존의 재정사업에서 경제성을 따지는 방법과 다른 접근법이 반영된 덕분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공공병원은 감염병 환자를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국내총생산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수치화됐다. 이는 공공병원이 기존 경제성 분석 기준으로는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수천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 모델을 이번 연구에 적용했더니 비용편익분석은 9.0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공공병원은 경제성 논리로만 판단할 수 없는 시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부산의료원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그나마 잘 수행하고 있지만, 상당수 취약계층 환자는 되레 갈 곳을 찾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 다니느라 사망하기도 했다. 부산 같은 대도시에 부산의료원 하나만으로는 의료 안전망을 확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부산의료원만 하더라도 수년째 예비타당성(예타)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설립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500억 원 이상 들어가는 사업의 경우엔 기획재정부 예타조사 통과는 필수적이다. 공공병원 특성상 진료로 인한 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낮은 예타조사 결과 때문에 사업계획이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부산시는 침례병원 공공병원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시는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기관과 잘 협의해 침례병원을 공공병원화하는 행정절차를 밟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공공병원 확충의 가장 큰 걸림돌인 예타조사 면제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충분히 경험하고 있지만 공공병원과 공공의료 예산 확충 필요성은 이미 확인했다. 특히 학교나 도서관 건립에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예타조사를 면제하는 것처럼 필수 의료 공백 해소와 감염병 대응을 위해 공공병원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 경제성만 따지다가 공공의료 강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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