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 법으로 못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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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민법 개정을 추진한다.

법무부는 10일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민법 제915조의 자녀 징계권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 법제화를 내용으로 한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 발의를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사망사고 잇따르자
법무부, 민법 개정 추진에 속도
민법 915조 자녀 징계권 삭제
“징계권을 체벌 허용으로 오인”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방식은 여기서 말하는 징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일각에서 이 징계권 조항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허용하는 뜻으로 오인해 왔다. 이 때문에 법무부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올 4월 민법상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훈육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여기에 충남에서 계모가 가방에 9살 아동을 가둬 숨지게 하는 등 부모 학대로 아동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법무부는 이 권고대로 민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 개정안 마련을 위해 12일 간담회를 열고 아동 인권 전문가와 청소년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부모의 징계권을 인정한 민법 조항을 법무부가 개정하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는 빠르면 7월 중 법무부 안을 확정하고 8월 중 입법예고 등 후속 절차를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민법에 있는 징계권을 삭제하자’는 캠페인을 줄곧 진행해 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아동보호 단체들은 법무부의 결정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에 체벌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 박정연 소장은 “그동안 ‘아동학대는 가정 문제다’ ‘아동 체벌권은 부모한테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했는데, 민법에 나오는 ‘징계권’이 이런 인식을 뒷받침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나선 법무부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의 반응은 반반이다. 과거부터 이어져 오던 체벌에 대한 인식은 바뀌어야 하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육아와 훈육에 법이 개입하는 데 대한 거부감은 적지 않다. 이재웅 전 부산시학부모총연합회장은 “군대에서도 구타가 사라지는 등 시대가 바뀌고 있고 가정과 법도 그에 따라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내 아이에 대한 올바른 징계는 어디까지이고, 올바른 훈육은 어떤 것인지 모든 부모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만한 기준을 세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상국·이상배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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