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덴탈 마스크, 알고 보니 식약처 미인증 제품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코로나19 재확산 비상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초여름 날씨가 지속되면서 얇고 숨쉬기가 편한 마스크를 찾는 시민이 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초여름 날씨가 지속되면서 얇고 숨쉬기가 편한 마스크를 찾는 시민이 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급격히 더워진 날씨에 두꺼운 보건용 마스크가 아닌 덴탈(수술용) 마스크, 비말차단용 마스크와 같은 ‘얇은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중에서 팔리는 얇은 마스크는 대부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지 않은 일회용 ‘공산품’ 마스크여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 동래구 최 모(38) 씨는 지난 9일 약국에서 ‘덴탈 마스크’라고 적힌 마스크 5개 묶음을 구입했다. 최 씨는 KC 인증 마크나 ‘3중 필터’라는 문구에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야 구입한 마스크가 식약처가 인증한 ‘의약외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최 씨는 “식약처 인증 상품이 맞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산 탓에 환불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인증 마스크 60% 의료기관 공급

시중에 풀린 제품 대부분 일회용

필터 기능 제대로 할지 의문


비말차단 마스크도 19종만 ‘인증’

의약외품 꼭 확인하고 구입해야


식약처는 KF 80·94와 같은 보건용 마스크, 흔히 ‘덴탈 마스크’로 불리는 수술용 마스크, 최근 신설된 유형의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성능 검사를 거친 뒤 ‘의약외품’으로 인증한다. 하지만 수급 상황이 안정된 보건용 마스크와 달리, 덴탈 마스크와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도입 초기 단계라 인증된 품목이 적은 상황이다. 10일 오후 5시 기준, 식약처의 인증을 받은 보건용 마스크는 1551종인데 반해, 덴탈 마스크는 194종,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19종에 불과하다. 게다가 덴탈 마스크는 전체 생산량의 60%를 의료기관에 우선 공급하기 때문에, 더욱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 탓에 식약처의 인증을 받지 않은 일회용 공산품 마스크가 ‘덴탈 마스크’로 둔갑돼 팔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식약처의 인증을 받지 않은 마스크는 침방울을 차단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동식 동아대병원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 교수)는 “비말을 차단하는 마스크의 핵심은 방수기능과 정전기 필터다. 식약처는 마스크의 필터 기능을 검증한 후에 ‘의약외품’으로 인증하지만, 식약처의 인증을 받지 않은 마스크는 필터의 성능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공산품 마스크의 경우 식약처 관할 밖이기 때문에 관리나 감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약처는 식약처 인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덴탈 마스크’ ‘덴탈형 마스크’와 같이 표기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신고를 받아 판매를 중단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식약처는 마스크를 구입하기 전 ‘의약품 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해당 제품이 식약처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해 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식약처는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이달 말까지 하루 100만 장 이상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계절을 앞두고 업계에 허가 신청을 독려하고 있고, 식약처도 가급적 빨리 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점차 허가 품목이 늘어나고, 생산이 확대되면 소비자들이 보다 원활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