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 철도원 가족 이야기로 풀어낸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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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황석영

는 황석영의 장편소설이다. 철도원 가족 삼 대, 백 년의 역사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의 구상은 30년 전 작가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시작됐다. 당시 서울 영등포 철도노동자 출신의 북한 노인을 만나 그의 예사롭지 않은 인생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황석영은 그 이야기를 기초 삼아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운 장편소설이 없는 우리 문학사의 공백을 메우는 데 나섰다.

철도원 집안의 증손자 이진오는 지금 발전소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매섭고 춥고 긴긴 밤을 버티기 위해 그는 페트병 다섯 개에 사람 이름을 붙여놓고 그들에게 말을 걸며 굴뚝 위의 시간을 버티고 있다. 그는 곱씹는다. “삶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속된다...”(207쪽) 그게 할아버지 아버지를 통해 그에게 전해진 삶의 의미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손자의 손목을 잡아 이끈다. “저어기 하늘에 별들 좀 보아. 수백 수천만의 사람이 다들 살다가 떠났지만 너 하는 짓을 지켜보구 있느니.”(213쪽) 그래서 우리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어쨌든 세상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져간다고.”(402쪽) 그렇게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황석영 지음/창비/620쪽/2만 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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