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경작에 망쳐진 숲과 문화재, 시민 곁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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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녹색허파, 민간공원] 6. 덕천공원

무단경작지 탓에 제 기능을 못하는 덕천공원과 구포왜성이 민간공원 사업으로 되살아난다. 구포왜성은 부산시기념물 제6호다. 김경현 view@

백두대간에서 이어진 낙동정맥의 한 갈래가 백양산과 갈라져 낙동강 쪽으로 흐르다가 강을 만나기 직전 멈춘다. 해발 75.7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낙동강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예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신라시대 황룡 장군이 왜구에 맞서 군사 500명을 이끌고 지키다가 장렬히 최후를 맞았던 곳이다. 주민들이 이곳을 의성(義城)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임진왜란 때는 일본군이 성을 만들고 주둔하면서 구포왜성이라 불렸다. 백양산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생태적 거점이자, 낙동강과 김해평야를 바라보는 명소인 이곳에 터를 잡은 공원이 바로 덕천공원이다.

구포왜성 효과적인 보전 주력
문화재 감안 총괄계획가 도입
전문가 자문 아래 종합적 정비
환경·문화·교육 공존 쉼터 조성

■이름뿐인 공원, 훼손된 문화재

덕천공원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것은 1972년 12월 30일. 금정산 상계봉 끝자락에서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의 끝, 전망 좋은 곳에 있다. 그 위치만큼이나 군사적 요충지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오랜 시간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공원일몰제로 인해 난개발 위협이 더 커졌다. 자연과 문화재의 훼손이 우려되는 것이다.

덕천공원은 성벽의 최상단부로부터 주요 능선부, 계곡부 등이 불법 경작으로 훼손되고 산림뿐만 아니라 문화재인 구포왜성마저 보전이 어려운 실정이다. 범죄 우려도 있어 주민들마저 외면하는 곳이다. 민간공원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진정희(덕천2동 12통 전 통장) 씨는 “무단경작이 심해 절에 갈 때 빼고는 거의 가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2017년부터 전문가, 시민·환경단체와 논의 끝에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을 통해 덕천공원을 조성한다. 일부 비공원시설을 할애해 전체 부지의 84.2%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진 씨는 “공원으로 조성된다니 정말 반갑다”면서도 “남해고속도로 입구 주변으로 교통 문제가 심각한데, 앞으로 가중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행자는 부산시와 아이피씨개발(주) 컨소시엄이다. 아이피씨개발(주), KB증권(주), 교보자산신탁(주)이 주주로 참여했다. 총 사업비는 1252억 원. 아이피씨개발(주) 이강명 대표는 “덕천공원 안에는 북구문화빙상센터가 조성돼 있지만 공원 기능을 회복해 환경, 문화, 교육적으로 활용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완성될 덕천공원의 조감도. 아이피씨개발(주) 제공

■추억의 소풍 장소 복원

공원 조성의 기본 목표는 구포왜성의 효과적인 보전이다. 왜성의 원형이 더 이상 훼손하지 않도록 정비하고, 성벽을 훼손하는 시설물은 철거한다. 부산시는 증강현실(AR) 등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옛 왜성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공원 조성 방향은 ‘지역의 유구한 역사보존’ ‘함께 누리는 오랜 숲’ ‘이웃과 함께하는 문화소통’이다. 건강한 자연환경 안에서 역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무단경작, 인위적인 간섭 탓에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고 숲속조망덱, 전망쉼터, 덕천문화마당, 방문자센터 등을 조성한다.

구포왜성은 부산시기념물 제6호(보호구역 3만 7739㎡)다. 천수각터 1곳이 있고, 위쪽으로 높이 10m의 성벽이 거의 완벽하다. 성벽은 비스듬히 경사져 있다. 성벽 아래에서 위쪽으로 나사 모양으로 감아돌 듯이 쌓아 올린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쌓은 일본식 성을 연구하기에 좋은 역사자료다. 전체 대상지가 문화재보존지역으로 문화재현상변경 심의를 받아야 한다. 부산시 박대성 민간공원조성팀장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마구 들어선 무단경작지와 불법 건축물을 정리, 자연을 복구하고 쉼터와 전망공간을 조성해 옛 소풍 장소의 기억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5개 공원 중 총괄계획가 유일

구포왜성이 있는 점을 감안해 문화재 전문가의 자문 아래 종합적인 정비를 할 계획이다. 5개 공원 중 유일하게 총괄계획가도 둔다. 문화재, 공원, 비공원시설 등이 단순 조합되는 게 아닌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총괄계획가인 안성호 시반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각각의 부분들이 단절되거나 차폐되지 않고, 연결될 수 있도록 계획주체들을 조율할 것”이라며 “구릉지에 들어서는 비공원시설에 대해서도 모범 사례를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공원시설에도 문화재 측면을 많이 고려한다. 협약에 따르면 206세대가 들어선다. 5개 민간공원 중 가장 적다. 높이도 10층 정도다. 구포왜성의 보전을 위해 덕천공원의 비공원시설물 용적률은 107.09%다. 다른 공원의 절반 수준이다. 기존 지형을 활용해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문화재와 공원이 공존하는 특수성을 감안한다. 일괄적인 외관과 고층을 피하고, 차별화한 설계(테라스, 복층 등)를 도입한다. 또 주거 경계가 공원과 단절되지 않도록 ‘열린 공간’을 조성한다. 아이피씨개발 이강명 대표는 “문화재가 있어 기본적으로 높이제한이 있을 것이고, 통상적인 설계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며 “주위와 조화로우면서도 특색 있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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