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외침에 귀 기울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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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플로이드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플로이드가 10일(현지시간)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울분을 터뜨렸다. 민주당이 최근 경찰 개혁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인데, 공화당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더욱 중요해 보인다.

미 하원 ‘경찰 개혁 청문회’
플로이드 동생 출석 눈물의 호소
“흑인 생명 가치가 20달러” 반문
민주, 경찰 면책특권 폐지 추진
트럼프, 대선 유세 19일 재개
마지막 노예해방 기념일 택일

■“형은 20달러 때문에 죽었다”

CNN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로니스는 이날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흑인 생명의 가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20달러라고? 지금은 2020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 플로이드는 지난달 25일 담배를 사려고 20달러 위조지폐를 사용했다는 편의점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무릎에 목이 9분가량 짓눌려 사망했다.

필로니스는 동영상으로 찍힌 당시 화면에서 플로이드가 자신의 목을 누르던 경찰을 향해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 존칭인 ‘서(sir)’라고 불렀다며 의원들을 향해 “형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실히 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며 “나는 고통에 지쳤다. 그것을 멈춰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또 “조지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무시 당했다. 제발 나와 우리 가족의 외침, 전 세계 거리에서 울리는 외침에 귀를 기울여 달라”며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를 호소했다. 청문회 답변 도중 여러 차례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인 필로니스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플로이드 장례식 다음 날 열린 이날 청문회는 민주당이 발의한 경찰 개혁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민주당은 경찰의 면책특권 제한, 목조르기 금지, 치명적 무기 사용 제한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을 이달 중 하원에서 처리한 뒤 상원으로 넘길 계획이다.

민주당 소속인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장은 “진정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캐런 배스 의원은 “이 비극은 심대한 변화의 촉매제이고 조지라는 이름은 역사에 살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역시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이날 “나는 듣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할 정도로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민주당 법안을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공화당은 경찰 개혁과 별개로 시위 사태 과정의 약탈과 폭력에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유세 ‘노예해방 기념일’ 시작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단했던 대형 유세를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10일 밝혔다.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흑인 지도자들과 가진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19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클라호마에서 시작해 대선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주로 향할 예정이며, 텍사스까지 총 5개 주를 유세 지역으로 언급했다. 이로써 오는 11월 3일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 3개월간 대형 유세를 중단했다가 재개하게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세 재개일인 19일은 흑인 노예제도가 종식된 ‘노예해방 기념일’이라고 전했다. 1865년 미국 남북전쟁 종전 후 텍사스에서 마지막 흑인 노예가 해방된 날을 기념하는 일명 ‘준틴스데이(Juneteenth Day)’로, 1863년 1월 1일을 기해 노예 해방이 선언됐지만, 남부연합 소속으로 연방군과 맞섰던 텍사스주에선 2년 반이 지나 미국에서 가장 늦게 해방령이 선포됐다.

WP는 대통령이 유세일을 이날로 정한 것이 의도적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으며, 유세 첫 장소인 털사와 관련해서 “미 역사상 최악의 인종 폭력 사건이 1921년 털사에서 발생했다”며 “이 도시의 역사를 고려할 때 트럼프 캠프가 털사를 택한 것은 의아하다”고 전했다.

한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경찰 개혁안에 대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경찰 개혁에 대한 행정부의 계획이 최종 수정 단계에 이르러 가까운 시일 안에 공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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