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의 문화본색] 라이브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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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공연예술팀 기자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얼마나 라이브 공연에 고파 있었는지 몰랐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공연이 많아지면서 세계적인 아티스트 공연을 방구석에서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점에 얼마 전까지도 심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장 불이 꺼지고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시작되자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잊고 있었던 라이브의 맛, 그것이 소름의 정체였다.

마스크를 써야만 입장할 수 있는 공연장이라는 개념은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 연말만 하더라도 감히 상상조차 못했다. 그런데 지금의 관객은 공연장 입구에서 개인정보와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 체크, 마스크 착용이라는 3단계 과정을 거쳐야만 공연장에 입성할 수 있다. 다 같이 마스크를 끼고 옆자리와 앞자리를 비워둔 채 무대를 바라보는 모습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고 생활 속 거리 두기의 덕목이 됐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온라인 공연의 질은 충분히 좋았지만, 무대 집중력은 떨어졌다. 지난 4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독일 베를린 현지에서 실시한 온라인 리사이틀 공연을 보기 위해 밤늦은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았다. 과연 조성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주는 충분히 좋았지만, 공연장에서 느꼈던 생생함까지 와닿지는 않았다. 연주자의 미세한 호흡과 떨림, 관객과의 화학작용까지 랜선 너머로 전달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임시 휴관을 했던 영화의전당은 지난 9일 재개관 이후 첫 기획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마티네 콘서트의 첫 주자였던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5월 무관중 공연을 했을 때 텅 빈 객석 앞에서 연주하는 건 무섭고 힘든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10일 금정문화회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관객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연주자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펼쳤다.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유럽에서도 무관중 공연을 하는 상황에 관객과 함께 공연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관객 역시 같은 마음으로,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한때는 일상이었던 라이브 무대의 소중함을 바이러스 덕분에 깨달았다.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는 무대만의 힘이 분명히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나름 성공적으로 온라인영화제를 치렀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같이 웃고, 환호하고, 탄식하는 라이브 무대를, 관객이 꽉 찬 영화제의 열기를 다시 일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빨리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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