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24)마리아 슈나이더&돈 업쇼 ‘Winter Morning Walks’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그래미상의 여러 부문 중 매년 빼놓지 않고 확인하는 것이 ‘Best Contemporary Classical Music’ 부문입니다. ‘Contemporary Classical Music’이라는 말은 ‘현대음악’이라는 의미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새로 작곡된 현대음악 작품 중 그해 가장 빛나는 음악에 수여되는 상이죠. 1961년 신설된 이 부문은 당시의 명칭이 지금과 동일하지만, 그동안 그 이름이 꽤 많이 바뀌어 왔습니다. 1964년·1966년에는 ‘Best Composition by Contemporary Classical Composer(현대음악 작곡가들에 의해 탄생한 작품)으로, 1985년에는 ‘Best New Classical Composition(새로운 클래식 작품)’ 등으로 말이지요.

다 같은 뜻 아니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명칭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도 상당히 달라집니다. 명칭의 변화가 곧 이 부문에 관한 비전을 다르게 하기 때문이지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대음악’의 정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언어로 정의할 수 없는, 새로운 어법의 아름다운 음악들이 계속 탄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가장 오랜 음악인 클래식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앞으로 우리는 클래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좋은 음악상은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좋았는가’ 또는 ‘얼마나 대중의 사랑을 받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상이 주는 의미와 비전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그 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미일는지도 모릅니다. 퓰리처 음악상과 함께 그래미의 이 부문을 제가 매년 찾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2016년 그래미상 현대음악 부문을 수상한 앨범 ‘Winter Morning Walks’는 제가 무척 애정하는 앨범입니다. 현대음악의 끊임없는 변화와 비전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지는 화제작이기도 하죠. 작품의 주역 마리아 슈나이더(Maria Schneider)는 작곡가이자 재즈 오케스트라의 리더입니다. 그녀는 우리가 생각하는 재즈의 소위 ‘빅밴드 음악’을 다양한 음악으로 전개시키며 많은 마니아를 낳았습니다. 스윙으로 대표되는 미국 빅밴드 음악의 전통에 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의 음악을 흡수하며 클래식·재즈를 넘나드는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시키지요.

이 멜로디를 소프라노 돈 업쇼(Dawn Upshaw)가 노래합니다. 1992년 발매된 현대 음악가 헨릭 고레츠키 교향곡 3번에서의 돈 업쇼 노래를 기억하신다면 이 앨범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예측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브라질 최고의 시인으로 거론되는 카를라스 드럼몬드 드 안드라데의 시와 호주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이 앨범을 최근 그래미 현대음악 작품상 수상작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기억하게 합니다. 특히 세 번째 트랙의 ‘Walking By Flashlight’는 천상의 음악이 존재한다면 이런 음악이 아닐까 생각이 들게 할 정도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