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시산업 활성화 대책, 수도권 편중-지방 홀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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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지방을 홀대하는 모습이 점점 노골적이다. 특히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핑계로 그 같은 추세를 가속하는 모양새다. 금방이라도 이행될 것처럼 호언하던 공공기관 2차 이전도 총선이 끝난 뒤론 언제 그런 약속을 했냐는 식으로 나 몰라라 하고 있고, 외국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문제와 관련해 수도권에 적용되던 여러 규제를 풀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각종 국가 정책에서 수도권 중심주의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판에 정부가 최근 전시산업 활성화 대책을 세운다면서 또다시 수도권에 편중된 안을 내놓았다. 지방으로선 소외감과 그로 인한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재정난 시달리는 지방에 부담 떠넘겨
현장 목소리 경청해 실효성 제고해야

정부는 지난 10일 ‘전시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전시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인프라를 확충키로 했다. 모두 3조 6000억 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전시 면적을 두 배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방으로선 ‘빛 좋은 개살구’다. 투입되는 3조 6000억 원 중 국비는 4.7%에 불과하고 대부분을 지방과 민간이 부담해야 한다. 안 그래도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 정부로선 엄두조차 내기 힘든 금액이다. 또 확충 대상 전시장 11곳 중 실질적 혜택을 보는 곳은 킨텍스와 코엑스 등 수도권의 대규모 전시 시설이다. 지방은 부산을 비롯 9개 도시에 소규모 전시장 추가 공급에 그친다고 한다.

기업들의 수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전시산업이 근래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시회가 전면 중단되는 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실제로 올 2~6월 전국에서 개최 예정인 전시회 218건 중 163건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이로 인한 상반기 업계 피해액은 3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런 만큼 정부의 전시산업 활력 제고 방안 마련은 시의적절하다 하겠다. 또 국내외의 전시 수요를 고려하면 수도권의 전시 시설에 어느 정도 지원책의 무게 중심이 실리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방을 소외시켜선 안 될 일이다. 지방이라고 언제까지나 수도권의 부수적 역할만 맡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지방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전시산업도 마찬가지다. 오래전부터 전시산업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성장 동력으로 인식해 온 부산이지만, 지금 부산의 전시 업계는 매출 급감과 고정비 부담의 이중고로 고사 직전이다. 부산시가 지역 전시산업 육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워낙에 재원의 한계가 커 역부족으로 보인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 것이다. 정부도 나름 지역 전시산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정책을 개발하고 있겠지만,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도권도 살리고 지방도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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