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전·현직 총리의 대권 경쟁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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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협회 언론인 출신 21대 국회의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2022년 대선을 향한 여권 잠룡들의 경쟁이 서서히 가열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정세균 국무총리 등 문재인 정부의 전·현직 총리가 서로를 견제하며 대권가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밀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 지역 정치인들과 이 두 사람의 인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폭 행보에 부산과의 인연 관심
이낙연, 11일 지역 낙선자와 식사
배재정·최택용·박성현등 가까워
정세균, 부산 인사와 스킨십 활발
김부겸과 친한 박재호 우군 될 듯

역대 정권에서 총리 출신 인사들이 대권에 관심을 가진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김종필(박정희 정권 시절), 이회창(김영삼), 고건(김대중), 정운찬(이명박), 황교안(박근혜) 전 총리 등이 해당된다. 하지만 이회창 전 총리를 제외하곤 유력 후보가 돼서 본선까지 진출한 사례는 없다. 이는 총리 출신인사들이 재임 중에는 대통령의 후광에 가리는데다, 정권 말에는 대통령의 레임덕에 따른 ‘책임론’에 휩쓸리면서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1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청년 12명, 청년 국회의원 3명, 전문가 2명 등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 청년에게 듣습니다’ 주제의 제7차 목요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의원과 정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를 맞은 가운데 유력후보로 서서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임기를 2년도 남겨놓지 않았지만 여전히 높은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으로부터 일정 부분의 권한을 넘겨받은 ‘책임 총리’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른 정권에서의 ‘2인자’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요인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최근 대선 가도를 향한 광폭행보에 나섰다.

이 의원은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은 뒤 여세를 몰아 대권으로 직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의원은 11일엔 부산 지역 낙선자들을 초청해 서울역 인근 식당에서 ‘식사 정치’를 이어갔다. 이날 모임에는 배재정(사상), 최택용(기장), 박성현(동래) 위원장 등 7명의 부산 지역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의원은 4·15 총선 때 최택용, 박성현, 강준석(남구갑) 등 부산 후보들의 후원회장을 맡는 등 이미 상당한 공을 들였다. 거기다 배재정 위원장은 이 의원이 총리일 때 비서실장(차관급)을 맡은 적이 있어 이 의원으로서는 부산에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타이밍은 조금 늦었지만 정 총리의 진격도 만만찮다. 지난 1일 대구·경북(TK) 지역 낙선자들과 만난데 이어 9일엔 민주당 원내대표단 20여명을 초청해 만찬회동을 했다.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이 정세균의 ‘대선 베이스캠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 총리는 특히 경쟁자인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강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7개월 임기’를 위해 당 대표를 맡을 경우 여당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 총리가 TK 출신인 김부겸 전 의원의 전대 출마를 깊숙하게 지원하면서 역할 분담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 총리는 당 대표와 국회의장 등을 지내면서 부산 의원이나 지역위원장들과 물밑으로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언제든 세력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부산에서 민주당 활동을 해온 K씨 등이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김부겸 전 의원과 가까운 박재호 의원도 언제든 정 총리의 우군이 될 수 있는 관계다.

부산 여권의 한 관계자는 “부산에서는 ‘대세론’에 올라탄 이 의원에게 유리한 역학구도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정 총리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지역위원장들과의 스킨십이 만만치 않다”면서 “전당대회를 전후해 부산 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의 색깔도 점차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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