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만큼 맛있는 음악 한 그릇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13일 동아대 부민캠퍼스 석당박물관에서 열린 짜장콘서트에서 소프라노 김선미가 열창하고 있다. 음악풍경 제공

코로나19는 일상에서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크고 작은 공연이다. 이런 아쉬움을 반영하듯 약 3개월 만에 재개된 짜장콘서트는 정원을 꽉 채운 중년 관객으로 북적였다.

3개월 만에 재개한 ‘짜장콘서트’
석당박물관서 하우스 콘서트로
소프라노 김선미·테너 양승엽
마스크 쓴 관객과 함께 가곡 합창
짜장면 먹으며 관객과의 대화도

지난 13일 오후 4시께 부산 서구 동아대 부민캠퍼스 석당박물관 로비는 관객으로 가득했다. 연주장까지 입장하기 위해서는 체온 체크와 개인 연락처 제공이 필수였다. 이 과정을 차분히 끝낸 관객이 하나둘 착석하자 양진경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시작했다.

전문예술단체 음악풍경이 한 달에 한 번 개최하는 짜장콘서트 현장이다. 음악의 일상화를 표방하며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 짜장콘서트는 공연 후 연주자와 함께 짜장 한 그릇을 먹는 콘셉트다. 지난해까지 사하구 괴정동 음악풍경 연습실에서 열리다가 올해부터는 동아대 석당박물관과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지난 2월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중단된 콘서트가 아쉬운 관객이 많았던지 순식간에 20명 정원이 다 찼다. 은퇴 후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노부부, 지인과 삼삼오오 함께 온 관객 등 중년 관객이 대부분이었다.

사회를 맡은 음악풍경 이진이 실장은 “음악을 통한 소통을 꿈꾸며 시작한 짜장콘서트는 6·25 전쟁 때 남한 임시수도청사였던 석당박물관에서 펼쳐지는 하우스 콘서트”라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음악으로 위로와 격려 받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 후 짜장면을 함께 먹는다는 점도 독특하지만, 짜장콘서트만의 특별한 점은 공연 시작 앞뒤로 관객이 함께 노래 부르는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이날 역시 양진경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연주로 공연의 문을 연 뒤 관객들이 일어서 마스크를 쓴 채 가곡 ‘나뭇잎 배’를 합창했다. 테너 양승엽과 소프라노 김선미와 함께 불렀다. 원래 음악풍경 연습실에서 콘서트를 할 때는 소규모 공연이어서 관객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관객 수가 늘면서 합창으로 대신하게 됐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테너 양승엽은 중년 관객에게 친숙한 가곡 ‘그리움’과 ‘보리밭’으로 무대를 시작해 이탈리아 칸초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꽃노래’ 등 10곡을 열창했다. 그는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견 음악가로 짜장콘서트에도 여러 번 출연했다.

짜장콘서트는 부산 출신 청년 음악가를 소개하는 장이기도 하다. 이날은 부산대 음악학과 출신으로 독일에서 유학하고 귀국한 소프라노 김선미가 출연했다. 프러포즈를 위해 김호근 작곡가가 만든 가곡 ‘첫사랑’을 시작으로 ‘징징’ ‘붐붐’ 같은 의성어 노랫말이 매력적인 오페레타 ‘말괄량이 마리에타’ 중 ‘이탈리아 거리의 노래’ 등을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공연 중간에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있어 관객이 평소에 음악가에게 궁금했던 점을 질문했다. 곡 선정 이유부터 시작해 공연 전 목을 푸는 방법이나 루틴 등 소소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합주를 맡은 프로무지카 앙상블의 피아니스트 양진경, 바이올리니스트 김가희, 첼리스트 박효진은 ‘춤’과 관련된 곡을 무대에서 선보였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테마곡을 바이올린 독주로 선보이거나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를 앙상블로 연주하는 식이었다.

관객과 함께 가곡 ‘봄처녀’ 합창으로 80여 분의 공연이 끝났다. 이후 인근 중식당으로 이동해 짜장면을 먹으며 출연자에게 못다 한 질문을 하는 것으로 콘서트가 끝났다. 소프라노 김선미는 “관객 한 명 한 명의 눈을 바라보면서 공연을 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재개된 짜장콘서트는 다음 달 4일 관객을 또 만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취소된 공연을 올해 안에 다 소화할 계획이다. 짜장콘서트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김창욱 음악평론가는 “적어도 돈이 없어서 콘서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짜장면 한 그릇이 포함된 콘서트 티켓 값은 1만 원”이라며 “음악의 일상화를 위해 계속 짜장콘서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