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부산 서구청, 은천교회 건축물 보존 모임 구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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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건축된 부산 서구 아미동 은천교회 보존 문제의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서구청이 재차 나서서 서구청-교회-지역 전문가들이 어우러진 교회 보존 모임을 구성해 논의를 모으는 일이 시급하다.

이 교회는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를 간직한 고색창연한 석조 건축물로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부산일보 3월 11일 자 17면 보도). ‘국가등록문화재급’ 가치를 지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피란 시절 아미동을 상징하는 이 건물은 벽돌 한 장 한 장에 고난의 피난민 삶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우선 다행스러운 것은 교회 보존과 관련해 현재 상당 부분 일이 진척됐다는 점이다. 인근 ‘아미4행복주택’ 건설에 따른 도로 계획선이 융통성 있게 조정됐다. 이는 문화재적 가치를 보존하려는, 공한수 구청장을 필두로 한 서구청의 적극적인 행정 덕이다. 애초 교회 건물 자리 모두가 도로 부지에 들어갔던 것과 달리 교회 자리 절반 정도만 도로 부지에 들어가게 된 것. 철거 위기의 교회 건물을 그나마 안쪽으로 들여 이전 복원할 수 있도록 형편이 나아졌다.

아쉬운 것은 이 상태에서 교회 보존 문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교회 이전 복원 문제는 이 교회 박현규 목사가 고군분투하면서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65년 된 석조 건축물을 어떻게 이전 복원할 것인지, 이전 복원 비용을 도로 부지 편입 보상비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인지 등 다양한 문제는 전문적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는 “보존 가치가 높은 이 교회 석조 건물의 이전 복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전문적인 문제”라며 “구청의 주선으로 구청-교회-지역 전문가들의 보존 모임을 만들어 논의를 모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도로 부지에 편입돼 없어지는 교회 부속 건물을 신축하는 문제도 복잡한 편이다.

국가건축정책위 위원이자 동아대 석당박물관장인 김기수 동아대 건축학과 교수는 “피란 시기를 상징하는 이 교회 건축물은 문화재 가치가 매우 높다”며 “지자체와 지역 사회가 이런 건축물을 지키는 좋은 사례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은 “부산 사람들이 이런 건축물을 적극적으로 보존하지 못한다면 지킬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부산의 문화적 역량, 지자체의 문화 행정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학림 문화부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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