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부산일보는 90년대생에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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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편집국 디지털센터장

“부산일보는 ‘식스센스(반전의 대명사)’이다. 딱딱한 뉴스나 속보만 있는 줄 알았는데 피드를 살펴 보니 이벤트나 공지 등 유용한 내용들이 많아서 놀랐다. 지루하겠거니 하고 어림짐작했던 편견이 깨졌다.”

지난주 부산일보 인스타그램 계정에 남겨진 한 대학생의 댓글이다. 부산일보, 하면 멀게만 여겨졌는데 친근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손이 오그라드는 댓글도 있었다.

“신문 어려운 건 2030 무시 탓”
부경대 학생팀 SNS 이벤트 제안
“젊은 층 참여로 부산일보 활성화”
‘90년대생’ 구별짓지만 말고
세대 참여 공론장 이어 나가야
언론, 온·오프 여론 기능 강화를

“♥‘부산일보는 청춘이다’♥ 부산지역 대학생들의 청춘을 함께하고, 청춘처럼 부산일보가 더욱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 ♥”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진 계기는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이상기 교수가 지도하는 학생들이 ‘부산일보 활성화 전도사’를 자청하면서다.

‘부산을 읽다’, 즉 자칭 ‘브레드’(Busan READ)팀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활성화해 보겠다며 2주간의 이벤트를 제안했다. 계정을 팔로우하고 ‘부산일보는 ○○○이다’는 댓글을 다는 캠페인이다.

연전에 출간된 <90년생이 온다>에 비유하자면 ‘90년생이 제 발로 부산일보에 찾아온’ 셈이다. 부산의 90년대생들이 부산일보에 관심을 가진 동기를 전해 듣고는 뜨끔했다.

지역 신문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까닭이 ‘미래의 독자인 20·30대를 무시’하고 있어서이며, 그래서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할 방안을 찾자는 제안이었다.

브레드팀의 진단처럼 부산일보 지면 독자층의 외연은 확연히 왜소화되고 있다. 구독자 고령화 추세와 젊은 세대의 활자 이탈이라는 양극화가 극명하다. 지면 구독자의 연령별 분포로 볼 때 지난 10년 새 주독자층에서 40대마저 빠져나가고 50~70대의 비중이 가장 커졌다. 신문과 구독자가 함께 늙어가고 있다.

기자 초년병 시절 ‘초등학생부터 대학교수까지 읽히게끔 기사를 쓰라’던 훈시가 아련하다. 객관주의와 공정성으로 지탱했던 대중지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일까. 전 계층을 아우르는 공론장은 여전히 유효한가. 부산일보가 지면에만 머물렀다면 당연히 나올 법한 지적이다.

부산일보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지면의 사각지대를 커버하고 있다. 서로 다른 세대, 계층의 독자들을 모바일과 소셜 플랫폼에서 만나고 있어서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9월 네이버의 뉴스 채널에 입점해 배달 권역의 제한 없이 90만 구독자에 뉴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부산일보 뉴스를 가장 즐겨 읽는 연령대가 30·40대인 데 반해 10만에 근접하는 부산일보 페이스북 페이지 주독자는 30대 이하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그보다 더 젊다.

부산일보의 지면과 모바일, 소셜 플랫폼의 주독자층은 뚜렷이 대비된다. 부산일보 지면 기사가 데칼코마니로 모바일과 소셜 플랫폼으로 전달되지 않는 까닭이다. 지면 독자(reader)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용자(user)에 대응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부산일보는 부산 그 자체 부산아인교! 부산의 소식을 단순히 담는데 그치지 않고 심층보도를 하는 모습을 보며 지역언론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생생정보통이다. 힘내라 부산, 부산일보 파이팅!♥” “미래를 보는 창 세상을 여는 문이다.” “내가 부산을 바라보는 창이다. 깨끗한 창이 되어 주세요.” “부산의 ‘대변인’이다. 서울 중심의 뉴스 홍수 속에서 부산의 관점과 시각을 대변한다.”

부산의 90년대생들이 지역 신문에 쏟아낸 기대를 뒤집어 보면 사실 그들도 공론장에 목말라한다는 바람이 읽힌다. 왜 지역 언론과 90년대생들이 만남은 일상이 되지 못하고 '반전'처럼 이뤄졌을까!

어찌 보면 '90년생이 온다'고 말하는 순간 모든 90년대생들은 타자화되고 만다.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나타났다니! 기성세대와 구별되는, 참을성이 없고, 자기 주장만 하는! 어느새 세대 간 접점이 끊기고, 대화도 끊기는 것은 공론장의 단절로 인한 부작용일 것이다.

90년대생들이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세대가 골고루 참여하는 공론장을 이어 나가는 것은 숙의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전제 조건이다. 지면 신문을 읽는 베이비부머와 날 때부터 온라인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 혹은 60년대생과 90년대생을 이어주는 공론장. 온·오프라인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개되는 부산일보가 지역에서 맡아야 할 역할로 다짐해 본다.

미래의 독자인 20·30대에 왜 귀기울이지 않느냐고, 부산의 90년대생들이 부산일보에 물었다.

부산일보는 90년대생에 무엇인가. 부산일보가 미래 세대에 답해야 할 차례다.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각자의 미래상이 나타날 것이다.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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