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코로나 시대 해양진흥공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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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필자는 봄을 맞으러 간간이 진해 벚꽃축제에 가곤 했다. 올해는 창원시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축제를 취소하고 외부 관광객의 출입을 봉쇄했다. 진해시민 외에 누구도 아름다운 진해의 벚꽃을 즐길 수 없었다. 빼앗긴 봄만 문제인가. 코로나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해 앗아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740만 명, 사망자가 42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언제 그칠지 모를 감염이 확산 중이라 일상의 삶이 불안과 공포로 위협받고 있다.

감염 확산 불안·공포로 위협받는 일상
실업·소득 감소 경제적 재난 본격 진행
국가경쟁력 기반인 해운업 다소 개선
연관산업서 실직 고통 등 없도록 최선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지금까지 겪은 고통과 공포는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대규모 실업과 급격한 소득 감소라는 경제적 재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에게 닥칠 최대의 불황을 예측한다. 세계 경제의 올해 성장률은 -5.2%로 예상된다. 특히 봉쇄 조치로 인한 서비스업 충격과 산업생산 감소로 미국은 -6.1%, 유럽은 -9.1%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세계적으로 3억 명의 실업, 그리고 6000만 명이 극단적 빈곤으로 인류의 삶이 황폐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로 인한 생명 재난이 실업 재난, 빈곤 재난으로 옮겨가고 있다.

코로나 재난 과정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간과했던 부분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바로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불평등 문제이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영국 왕실 가족, 영국 총리,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 부부까지 감염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감염의 고통은 불평등하게 진행되었다. 감염 확산과 사망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노동환경이 취약한 노동자, 그리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주민들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적 충격 역시 취약계층에 집중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실직으로 삶의 터전을 상실해 극심한 빈곤으로 생계 유지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일용직 노동에 종사하는 취약계층들이 감염 예방을 위한 격리와 봉쇄를 무시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일상적 노동을 감행하고 있다. 이들에게 감염은 잠재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고, 굶주림은 현재 닥친 현실적 위험이다. “굶어 죽기보다는 차라리 감염되어 죽겠다”라는 외침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인류에 던지는 경고는 준엄하다.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 그로 인한 자연 훼손과 기후변화 등 우리의 현재 생활방식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경고다. 아울러 이러한 재난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감염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실직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보호가 정부와 공공기관의 근원적인 책무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고사 위기의 우리나라 해운업을 되살리기 위해 2년 전 설립되었다.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하여 우리나라를 해운 강국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탄생했다. 해운 재건을 주요 정책으로 삼고 공사를 설립한 것은 정부가 해운업의 중요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6.7%, 그중 곡물 자급률은 23.4%에 불과하다. 에너지 자급률은 18%에 지나지 않는다. 해운업은 국가비상사태에 식량과 연료 수송으로 국민 생존을 담보할 국가안보산업이다. 무역의존도가 70%인 우리나라에서 무역 수송의 99%를 담당하는 해운업은 국가경쟁력의 기반이다. 더 나아가 해운업은 항만업, 조선업, 조선기자재업 등 산업 연관 효과가 큰 기간산업이다. 해운 재건의 임무를 담당하는 공사 출범 이후 해운업 지원으로 어려움에 부닥쳤던 우리나라 해운업이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HMM (옛 현대상선)의 경우 산업은행과 공사의 지원으로 발주한 세계 최대의 선박(2만 4000TEU) 12척을 올해 인도받아 물량을 가득 채운 만선으로 유럽 항로 운항을 시작하고 있다. 내년이면 또 다른 대형선(1만 5000TEU) 8척을 인도받아 북미로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운송을 담당할 예정이다. HMM은 지난 5년간 누적된 적자를 딛고 올해 영업흑자를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는 공사가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소외되고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국민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근원적 책무이다. 경제를 살려내고 해운업을 재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업, 그리고 연관산업에서 코로나 재난으로 인한 실직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 분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책무에 옷깃을 여미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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