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15 공동선언, 남과 북의 공동 노력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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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난 4일 대북 전단 살포 비난 성명 이후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을 끊고 심지어 군사행동까지 감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 스스로 밝힌 바, 남한을 민족 공동체가 아니라 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남측의 당부에 대해서도 “집어치우라”는 원색적인 말로써 비난했다. 북미대화의 재개와 관련해서도 북한은 남측에 대해 “그럴 신분이 못 된다”며 남한의 중재자 역할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대로 가다간 그동안 남북 간에 어렵게 이룬 평화 기조가 파국을 맞는 게 아닌가 싶어 극히 우려스럽다.

그동안 화해 분위기 원점 회귀 위기
20년 전 그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특히 오늘은 남북 정상이 분단 후 처음으로 만나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라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 크다. 2000년 6월 15일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에서 회담을 갖고 남북 간 화해와 평화의 새 시대를 약속한 선언문에 함께 서명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남북 관계는 그때보다 오히려 뒷걸음 치는 형국이다. 북은 좀처럼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고, 남은 남대로 정권이 수시로 바뀌면서 대북 정책 또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는가 싶었지만,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6·15 공동선언에는 여러 내용이 담겼지만 선언의 핵심 취지는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통일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남측이 신뢰를 저버렸다는 명분을 들고 나오긴 하지만, 남한 정부로서는 그동안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나름의 중재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왔다. 지난 2년 사이에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잇따라 회담을 가진 것은 남한 정부의 그 같은 노력이 바탕이 된 덕분이었다.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비록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측의 역할과 노력에 대해 “신분” 운운하며 폄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의 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지속적인 평화체제, 나아가 통일에 이르는 길은 결국은 남북이 힘을 합쳐 함께 나아가야 할 길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우여곡절 또한 함께 극복해야 한다. 북한은 도발로 인한 파국이 아니라 남측이 내미는 손을 다시 잡아야 한다. 남한 정부도 북한의 최근 반응에 대해 ‘과잉’이나 ‘몽니’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앞서 그동안 얼마나 자주적으로 우리 민족끼리 하나 되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6·15 공동선언은 남북의 공동 노력이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남과 북은 20년 전 공동 선언의 그 정신으로 함께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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