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줄어 엔진 식은 자동차 공장… 생산량, 2009년 이후 최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코로나19 탓에 올해 한국 자동차 산업 생산량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생산라인. 르노삼성 제공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들어 한국 자동차 산업 생산량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국내 판매실적이 좋은 현대·기아차는 그나마 낫지만 수출 위주인 한국GM이나 르노삼성차는 생존 자체가 걱정일 정도다. 쌍용차는 자금 사정이 더 급하다.

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자동차 생산량은 133만 515대로 금융위기였던 2009년 동기(121만 3632대) 이후 가장 적다.

1~5월 생산 133만 515대 그쳐
한국GM, 부평 1공장 절반 가동
쌍용차, 1분기 자본잠식 근접
상장 부품업체 절반 적자 추정

올해 한국GM은 13만 6187대로 2005년 동기(13만 5070대) 이후 최소다. 코로나19로 미국 시장이 마비되면서 주력 수출품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은 거의 절반만 돌아갔다. 쌍용차는 올해 들어 생산량이 3만 8267대로 작년 동기(6만 880대)보다 38% 줄었다.

수출은 미미하고 신차가 없다 보니 내수 판매도 부진했다. 지난달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23만 199대로, 5월 실적끼리 비교하면 21년 전인 1999년(22만 6938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르노삼성차 5월 생산량은 6577대로 2004년 9월(6210대) 이후 최소다. 닛산 로그 수출물량이 4월부터는 완전히 끊긴 여파다.

6월에도 수출은 부진하다. 10일까지 수출 통계를 보면 승용차가 -37.0%, 자동차 부품은 -30.2%를 기록했다. 일감이 급감한 외자계 3사는 자산 매각, 경비 절감 등에 나섰다. 정부에 공과금과 세금 납부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르노삼성차는 직영 서비스센터 12곳 중 일부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GM은 임원 급여를 삭감했고 최근엔 인천 부평공장 앞에 있는 물류센터(LOC) 부지 매각을 검토 중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 12일 노조와의 만남에서 산업은행이 2018년 투입한 7억 5000만 달러는 모두 소진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구로 직영 서비스센터 부지와 건물을 1800억 원에 매각했다. 다음 달에는 산은 대출 900억 원 만기 건을 해결해야 한다. 이에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쌍용차는 1분기에 완전 자본잠식에 근접했고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상태다.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도 손을 들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힌드라 측은 12일 현지 기자들과 만나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조했다.

자동차 일감 축소는 이미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 고용보험 가입자가 5월에 작년 동월보다 9100명 줄었다. 4월엔 7300명 감소였다. 대부분이 부품업계로 알려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에서 3만 명 이상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일대우버스상용차도 최근 울산공장 폐쇄를 노조에 통보했다. 이항구 위원은 “49개 상장 자동차 부품업체 중 20개(40%)가 적자였을 것”이라며 “3월 말에 370개 부품업체에 자금 사정을 물어보니 5월이 굉장히 어렵고 6월에 약간 완화됐다가 7월에 최악이라는 답변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