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 ‘전대’ 앞두고 ‘제 갈 길’ 가는 민주당 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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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가 차기 대권의 전초전 성격으로 흐르면서 당내 절대다수인 친문(친문재인)의 분화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4·15총선에서 의석수가 줄어들면서 단일대오를 강화하는 듯하던 PK(부산·울산·경남) 친문 그룹도 당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부산의 재선이자 친문 86그룹 핵심 중 한 명인 최인호(사하갑) 의원은 14일 ‘이낙연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향후 1년이 코로나 국난을 극복하고 개혁을 만들어 낼 골든 타임”이라며 “내년에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이유로 특정 정치인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배제”라고 밝혔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7개월짜리 대표’가 될 수밖에 없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대한 당내 출마 비토론을 적극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이어 “대선주자는 대표 임기를 다 채울 수 없다는 페널티를 안고 당원과 국민의 평가를 받으면 된다”며 “중요한 것은 절대적 시간이 아니라 단합된 힘으로 무엇을 이뤄 낼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선 후 단일대오서 ‘행로’ 분화
최인호, 이낙연 첫 공개 지지
박재호·김두관·원외 김영춘
김부겸과 인연, 심정적 지지
전재수·김정호·이상헌 ‘관망’

그는 이 전 총리와 김부겸 전 의원이 전대에 나오면 ‘호남(이낙연) 대 영남(김부겸)’ 구도가 부각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지역 대결 구도로 전대를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과 부추김에 단호히 통합의 정체성으로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PK 현역과 원외 중 이 전 총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은 최 의원이 처음이다. 호남 출신인 이 전 총리가 이번에 당권을 확보하고 대권까지 나아가는 데에는 PK에서 다수 우군을 확보하는 게 최대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의원이 이 전 총리의 PK 외연 확대 작업의 선봉장을 자처한 것이다. 최 의원은 전해철 의원 등 친문 직계가 주축인 ‘부엉이 모임’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전 총리가 이처럼 PK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지만, PK 민주당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일단 부산 재선 3인방 중 한 명인 박재호 의원은 친구이자 동지인 김부겸 전 의원을 도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영삼 정부 청와대 출신인 박 의원은 비슷한 정치 역정을 밟아온 김 전 의원과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김부겸, 김영춘 전 의원과 함께 지난 총선에서 ‘영남 3인방’으로 공동행동을 했던 김두관 의원도 김 전 의원을 지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최근 “7개월짜리 당대표를 뽑으면 1년에 전당대회를 3번 정도 하게 될 것”이라며 대선주자의 전대 출마를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이 최근 ‘당 대표가 되면 차기 대선 출마는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사실상 ‘반(反)이낙연’ 메시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국회 사무총장으로 내정돼 정치 활동의 제약을 받는 김영춘 전 의원 역시 2003년 열린우리당 입당,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영남 총선 도전이라는 정치 역정을 함께해 온 김 전 의원을 심정적으로나마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부산의 전재수 의원과 경남의 김정호, 울산의 이상헌 의원 등은 전대와 관련해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민홍철 의원은 전대를 앞두고 최근 당 선관위원장에 임명됐다. PK 원외 위원장들 대다수도 아직 관망 중이다. 부산 민주당 관계자는 “PK 여권에 좌장 역할을 할 만한 인사가 없고, 친문도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어 특정 후보를 밀어 주는 흐름이 생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부겸 전 의원의 ‘대선 불출마’ 승부수에도 이 전 총리가 당권 도전 의지를 굳히면서 민주당 내 친이낙연계와 비이낙연계의 신경전도 한층 격화되고 있다. 이번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우원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이 지켜 줘야 할 대권 후보들 간의 각축장이 벌어진다면 두 후보의 상징성과 치열한 경쟁의 성격상 어떤 결과가 나와도 우리의 소중한 대선 후보에게 큰 상처만 남을 수 있다”면서 이 전 총리와 김 전 의원의 전대 출마를 재고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우 의원과 함께 당권에 도전하는 홍영표 의원 역시 같은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전 총리는 오는 24일 위원회 활동보고회를 개최한 직후 당권 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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