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결백 밝히려고 고군분투하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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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딸 정인 역 신혜선

배우 신혜선(31)이 웃으며 다가와 명함 한 장을 건넸다. 사무실 주소부터 이메일, 전화번호가 적힌 법무법인 담 소속 안정인 변호사의 것이다. 정인은 신혜선이 영화 ‘결백’에서 연기한 캐릭터. 신혜선은 “영화 소품인데 좀 더 준비했다”며 “여기 적힌 건 모두 가짜라 전화를 하셔도 받진 못한다”며 유쾌하게 말문을 열었다.

기억 상실해도 자식 위하는
엄마라는 존재 다시 생각해
배종옥 선배 존재 자체가 힘
무서웠지만 귀여운 매력도

신혜선은 극 중 엄마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딸 ‘안정인’을 연기했다. 변호사인 정인은 어두운 기억이 가득한 고향을 등지고 상경해 악착같이 성공한 인물.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농약 막걸리’ 사건의 범인으로 엄마가 지목되자 그의 결백을 증명하려 고군분투한다. 신혜선은 이 작품에서 첫 스크린 주연작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그는 “정인은 혼자서도 당당히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이라며 “실제 나와 성격이 달라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있었지만, 최대한 세밀하게 분석해 캐릭터에 녹아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신혜선은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연기한 검사 캐릭터가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면서 대사를 계속 외우고 또 외웠다”고 했다. 그는 “똑 부러지는 변호사 정인과 달리 나는 남한테 싫은 소리를 못 한다. 마음에 없어도 칭찬하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신혜선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엄마’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단다. 엄마인 화자가 기억이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도 자식을 위해 온 힘을 다할 때나 ‘새끼는 누가 뭐래도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대사를 들을 때 더 그랬다고 했다. 그는 “외할머니가 내 연기를 너무 좋아하셨다. 이번 영화를 많이 기다리셨는데 결국 못 보시고 돌아가셨다”며 “아흔이 넘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이 나이가 돼도 내겐 엄마가 필요하다’고 그러시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감정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한 뒤에 엄마에게 더 잘하려고 하는데 생각처럼 쉽진 않네요.”

배종옥과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신혜선은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이나 스크린에서 봤던 분이라 처음엔 무서웠다”며 “막상 만나 본 배종옥 선배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이더라. 귀여운 매력도 있었다”고 했다. 노인 분장을 한 배종옥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 못 보게 한 점에 대해서는 “감정을 잡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회상했다. 신혜선은 “촬영을 시작한 뒤 배종옥 선배의 모습을 보니 감정이 훅 올라오더라. 선배가 왜 분장을 못 보게 했는지 그때 알았다”며 “캐릭터의 감정이 이해되지 않을 때 배종옥 선배의 존재 자체가 백 마디 말보다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2013년 데뷔해 쉼 없이 달려온 신혜선은 대중에게 친근한 배우로 자리 잡았다. 신혜선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온다. “연기자가 되기 전 ‘백수’로 지낸 시간이 꽤 길었어요. 그에 대한 보상 심리라고 할까요. 아직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울렁증이 와요. 여전히 ‘처음’이란 단어에 긴장하는 사람인데 이걸 극복하고 좀 더 날아오를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남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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