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동자 안전 위협하는 악질적인 덤핑 관행도 뿌리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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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하도급과 함께 노동자의 목숨 위협하는 악질적인 덤핑 관행도 뿌리 뽑아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노동자 A 씨는 지난해 사고로 친한 동료를 잃었다. 동료의 사고 이후 행정안전부는 업계에 ‘엘리베이터 현장 점검을 2인 1조로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불시 단속에서 1인 점검이 적발되면 벌점을 주겠다는 식이다.

업계, 부실 계약으로 인건비 부담
행안부 ‘2인 1조 점검’ 권고 불구
‘1인 점검’ 만연, 사고 위험 노출

A 씨는 실제로 업계에 만연한 1인 점검이 숱한 안전사고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그는 “혼자 호출을 받고 나가서 달랑 엘리베이터가 1대뿐인 아파트를 보면 막막하다. 기계실까지 걸어 올라가 고장을 파악하는 사이 벌써 1층에는 유모차 부대와 노인이 몰려 있다. 민원이 들어오면 관리사무소에서 언성을 높이고 그러면 또 마음이 쫓긴다. 그러다 보면 제대로 된 수리보다는 일단 엘리베이터 가동만 시켜놓고 보자는데 포커스가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장 2인 1조만 되어도 1인이 밑에서 조율하고 나머지 1인이 엘리베이터를 직접 타고 점검하면 유지보수 서비스의 질이 월등히 나아진다. 노동자 안전도 마찬가지다. 연식이 있는 아파트는 지하 1층만 가도 휴대폰이 터지지 않아 갑작스러운 사고가 나도 도와달라고 외부에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업계는 ‘2인 1조 점검은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업계에 덤핑이 만연해 있어 인건비마저 배가 올라버리면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안전점검이 이루어질 수 있는 표준 유지보수요금을 엘리베이터 1대당 16~20만 원 선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A 씨가 전하는 승강기 유지보수요금의 실태는 충격적이다. 제대로 된 가격이 15만 원이라면 곧바로 다른 업체에서 10만 원에 치고 들어오는 게 현실이다. 아파트 입대위는 무조건 더 싸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영세 업체에서는 한 달에 2~3만 원을 부르는 업체도 허다하다. A 씨는 “아마 전국 어느 아파트도 표준 유지보수요금을 지키고 있는 아파트는 없을 것”이라며 “심한 곳은 대당 8000원을 부르는 곳도 봤다”며 혀를 찼다.

이처럼 무지막지한 덤핑으로 따낸 부실한 계약은 곧장 현장 노동자를 쥐어짜는 구조로 이어진다. 그나마 대형 엘리베이터 업체의 경우 숙직 밤근무를 하면 다음날은 하루 휴무가 주어진다. 그러나 영세 업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A 씨는 “잠도 못 자고 새벽에 호출받고 일하러 나가다 전봇대 들이받은 동료도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자괴감이 심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결국 덤핑은 업체가 만만한 인건비를 쥐어짜기 위해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하는 상황을 낳을 수밖에 없고, 공채라는 게 없는 이 업계에서 영세업체 노동자는 ‘지금만 참고 경력 쌓아서 이직하자’며 이를 감내하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 권상국 기자


※이 기획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부산일보가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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