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함도 강제징용 역사 왜곡, 일본 부끄럽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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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또다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15일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일반 공개된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을 사과하거나 피해자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내용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메이지 시대 산업화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노예노동’이나 차별적인 대응은 없었다”는 거짓 증언까지 버젓이 포함했다니 그저 말문이 막힌다. 우리 정부는 이날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당연한 조치다. 일본은 역사 왜곡을 멈추고, 당초 약속대로 강제징용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후속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희생자 기리겠다”는 당초 약속 지켜야
역사 반성 없이는 양국 관계 진전 없어

일본은 2015년 7월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 강제노역 시설 7곳을 포함한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이 중 상당수 시설은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가 있는 곳이다. 당시 일본은 일부 시설에서 조선인 등이 가혹한 환경 하에서 강제노역한 점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센터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앞서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유네스코에 제출한 ‘일본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후속조치 이행경과보고서’에서도 일본은 강제노역을 인정하거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를 포함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거의 상습적인 우롱이라 할 만하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가 발생한 대표적인 장소인 군함도만 하더라도 참상이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오죽하면 ‘지옥섬’으로 불렀을까 싶다. 하지만 일본은 군함도의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군함도에선 1943∼1945년 500∼800명의 조선인이 강제노역을 했고, 1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 5년이나 흘렀지만 일본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비단 군함도뿐 아니지만 야하타 제철소, 나가사키 조선소, 미이케 탄광 등에는 최소 3만 3400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됐다. 이번 정보센터 일반 공개를 앞두고 일본 언론조차 “과거를 덮는 역사 수정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할 정도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일본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역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이는 한·일 양국 관계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이후 일본은 그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는 등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는 일본이 원하는 것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이미 눈으로 확인했을 터이다. 아베 신조 내각은 역사 도발을 멈추고, 당초 약속한 대로 성의 있는 후속 조치에 나서기 바란다. 우리 정부도 일본에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고 명기할 것으로 더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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