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공동묘지 위 피란민 터전 ‘아미동 비석마을’ 유네스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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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생활문화 자료조사 용역 착수 잠정목록 ‘피란수도 유산’에 추가 추진

부산 서구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담장 석축으로 사용된 일본인 묘비. 서구청 제공

일본인 공동묘지 위에 피란민들이 판잣집을 조성하면서 형성된 부산 서구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이 세계 유네스코 등재에 도전한다.

15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비석문화마을을 세계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해 예산 2억 원을 들여 이달부터 ‘아미동 비석마을 생활문화자료조사 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잠정목록에 오른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에 비석문화마을을 추가하기 위해 아미동 일대에 퍼져 있는 일본 비석을 전수조사하고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의 이 마을 삶의 모습과 방식, 각종 생활문화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아미동 비석들의 보존가치가 높은 데 반해 여태껏 연구한 자료가 부족했다”며 “게다가 이 일대에는 도시재생사업들이 진행되면서 비석들의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한시 빨리 용역을 통해 자료들을 보존하고 기록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는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세계유네스코 잠정목록 등재에 도전한다. 잠정목록에 등재되면 세계유네스코 등재에 도전할 수 있는 ‘우선등재’ 자격이 주어진다. 최종 선정에는 최소 5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비석문화마을은 부산 사하구 감천동 감천고개에서 서구 아미동 산상교회 주변 일대로,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이 아미동 일본인 공동묘지에 정착하면서 형성됐다. 비석문화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계단이나 건물의 주춧돌, 가스통을 올려두는 받침대로 사용되고 있는 일본인 공동묘지 비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일부 비석은 아미동 대성사 내 일본인 추모공간에 옮겨져 있으나, 대부분 비석이 마을 곳곳의 주택 담벼락 등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그동안 비석의 분포현황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시행되지 않았지만, 최근 비석마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지면서 학계 등에서도 보존가치가 높은 비석들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제기 된다.

앞서 지난해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 등 8곳 등이 포함된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 심의를 거쳐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조건부 등재’가 확정됐다. 당시 문화재청은 조건부 등재에서 당시 ‘피란민생활상을 반영하는 유산을 추가하고 신규 추가 유산을 포괄하는 종합보존관리계획 수립’ 조건을 제시했으며, 시는 피란민 생활상을 반영하는 유산으로 서구 비석문화마을을 택한 것이다.

시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비석 훼손을 막기 위해 등록문화재를 추진하고 일대를 지구단위계획으로 설정하는 등의 보존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박혜랑 기자 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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