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상해 입힌 20대 안타까운 사연 듣고… 경찰 형사처벌 대신 학원 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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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조사받던 20대 남성이 처벌을 받는 대신 경찰 학원에 다니게 됐다. 경찰이 이 남성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고 학원 수강을 주선한 것이다.

지난달 중순 오빠가 여동생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20대 A 씨가 여동생 B 씨를 밀쳐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뇌출혈 부친 간호, 직장까지 관둬
우울증 여동생 훈계하다 밀쳐
법대로 진행 땐 시험 응시조차 못해
경찰 꿈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A 씨를 붙잡아 상해 혐의로 조사를 진행했다. A 씨 혐의는 경미했다. 그러나 A 씨는 가족에게 상해를 입혔기 때문에 형사 입건돼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A 씨는 앞이 깜깜했다. ‘경찰이 되겠다’는 자신의 꿈이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기존 관행대로 A 씨가 기소되면 범죄 전력 탓에 향후 경찰 등 공공기관 공채에 응시조차 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사를 맡은 부산 남부경찰서는 A 씨의 딱한 사연을 알게 됐다. A 씨는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병간호에 매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던 B 씨가 어머니에게 경제적 이유 등을 이유로 대들었다. 훈계하는 과정에서 A 씨가 B 씨를 밀치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A 씨는 전과가 전혀 없었고 국립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경찰 공무원을 지망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학원조차 다닐 수 없었다.

경찰은 법대로 형사처벌을 진행하면 A 씨의 안타까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이에 남부서는 상황을 고려해 형사 입건을 하지 않고 가정보호사건으로 A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가정보호사건의 경우 형사 사건과 달리 피의자가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또 범죄 전력도 남지 않는다.

특히 경찰은 A 씨가 경찰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부산진구 서면에 있는 한 경찰학원에 협조를 요청했다. 학원 측은 A 씨의 1년 수강비 전액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남부경찰서는 해당 학원에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부산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오빠가 여동생을 가르치려다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범행 동기 등도 고려할 만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피해자인 여동생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점을 고려해 남구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연계 치료 지원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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