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 끊긴 조선 왕실 한지 ‘태지’ 제조법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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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복원 성공

조선시대 최고급 한지였던 ‘태지’를 사용한 고문서(위)와 태지 원료를 현미경으로 분석한 모습.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제공

제조기법 등 명맥이 끊긴 최고급 왕실 한지 ‘태지(苔紙)’의 핵심 원료와 전통제조기법이 밝혀졌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서양 고미술품 복원 등에 사용돼 주목을 받은 전통한지의 주 원료와 제조기법 등이 전수되지 않아 사라졌던 태지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닥나무 섬유에 녹색의 ‘수태’(水苔)를 넣어 만든 태지는 조선 왕실에서 사용하던 최고급 한지였다. 태지는 근대화,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면서 값싼 화학펄프 종이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졌고 제조법 등도 전해지지 않아 명맥이 끊긴 상태였다. 태지의 우수성은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알려져 일본, 중국, 미국 등지의 각종 서적에서도 우수성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 종이연구가 다드 헌터(Dard Hunter)는 1933년 태지를 수집한 뒤 “태지는 한국에서 제조된 종이 중 최고”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지는 고문헌에 다수 등장하지만 제조기법, 주 원료 등에 관한 기록이 없다. 그동안 태지의 주 원료라고 언급된 ‘수태’의 정체에 대한 해석이 분분, 복원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에 경남 진주에 있는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와 경북대 문헌정보학과는 1700년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제작된 태지 실물을 수집한 뒤 현미경 구조 분석 등을 거쳐 핵심 원료인 수태가 민물에 서식하는 ‘해캄(곁가지가 없는 실 모양의 녹조류)’인 것을 밝혀냈다. 이어 경남과학기술대와 조현진 한지연구소, 신현세 전통한지 등 민간 한지업체와 공동작업을 통해 다양한 태지 제조법을 연구한 끝에 복원에 성공했다.

이선규 기자 sunq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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