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폭풍’ 새 차 핸들 잡으려면 최대 1년 대기 ‘속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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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A 씨는 얼마 전 제네시스의 대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GV 80’를 계약하려 했다가 내년 초에나 차를 인도 받을 수 있다는 영업사원의 말에 발길을 돌렸다. A 씨는 “당장 차를 써야 하는데 대기기간이 너무 길다. 제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의 경우 현재 GV80뿐만 아니라 ‘G80’도 대기기간이 비슷하다. 최근 제네시스, 현대차를 비롯해 포르쉐, BMW 등의 일부 차종의 경우 국내 수요가 급증하지만 제때 공급하지 못해 고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당초 수요예측을 넘어선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중단 등으로 차량 수입이나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업계 생산 차질 탓 제때 공급 못 해
고객, 국산·수입 할 것 없이 구입난
아반떼 5~10주·그랜저 4~12주 대기
포르쉐 스포츠카 ‘911’은 무려 1년
“현대차 공장 간 물량 이전 합의 해야”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경우 지난해 한때 계약 후 대기기간이 10개월 이상 걸렸으나 현재는 4개월로 줄어들었다. 현대차 측은 “팰리세이드의 경우 수출물량이 코로나19 여파로 줄어들면서 내수로 물량을 돌릴 수 있었다”면서 “GV80와 G80는 혼류생산 등으로 물량을 확대하고 있지만 수출도 하기 전에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12일 현재 계약고가 GV80는 1만 5000여 대, G80는 3만여 대에 달한다. GV80는 2월 출시후 5개월 만에 계약고가 이미 연간 판매 목표(2만 4000대)의 절반을 넘어섰다. 3월 출시된 G80도 이달 중으로 올해 연간 목표(3만 3000대)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GV80는 당초 울산 2공장에서의 월 생산량이 2000대였으나 3월 이후 월 4000대로 늘렸다. G80도 4월 4000대 생산에서 5월 이후 월 7000대 이상 생산으로 대폭 확대했다.

제네시스의 경우 타이어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부품 공급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 측은 계약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네시스 시네마’ 이벤트 초청, 고객 접촉 확대 등을 실시한다. 이들 외에 현재 현대차 아반떼는 5~10주, 쏘나타는 4주, 그랜저는 4~12주 기다려야 한다.

수입차 중에선 포르쉐가 계약 후 인도까지의 대기기간이 가장 길다. 포르쉐코리아에 따르면 고성능 스포츠카 ‘911’과 SUV ‘카이엔’의 경우 대기기간이 무려 1년 이상이다. 신차 출시 이후 국내 수요가 대폭 늘어난데다 코로나19로 독일 공장에서의 생산 중단에 따른 것이다.

포르쉐의 한 딜러 관계자는 “계약고객들을 보면 재고차량을 구매하려는 이들보다 엔진 사양과 외부 컬러, 시트, 타이어 등에 대해 고객이 선호하는 차량으로 주문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보통 주문차량의 경우 6개월 정도 걸리는데 최근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기기간도 길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업계 일부에선 포르쉐코리아가 올해 신차 출시가 대거 예고된 상황에서 물량 확보를 제대로 못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해 4204대를 팔았지만 올해는 1.5배 가량 많은 6500대 판매가 예상된다.

BMW코리아도 대형 SUV ‘X7’의 주문이 밀리면서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또 중형 SUV ‘X5’와 ‘M340i’는 계약후 차량 인도까지 3~4개월, 3시리즈는 3개월이 걸린다. 한때 계약 후 최대 10개월 이상이나 기다려야 했던 볼보 모델들의 경우 최근 물량 확보 확대 등으로 대기기간이 많이 줄었다.

대림대 김필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공장간 물량 이전에 대한 노조와의 근본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인기 차종의 물량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수입차의 경우 BMW코리아나 볼보코리아처럼 한국 내 브랜드 입지에 대한 본사의 인식이 바뀌어야 물량 문제도 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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