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 “성적 성향 고용 차별은 위법” 예상 깨고 보수 대법관들이 판결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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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서 ‘개인의 성적 성향을 이유로 고용을 차별하는 것은 민권법 제7조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오자 한 남성이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프라이드 플래그(Pride Flag)’를 펼쳐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법원이 15일(현지시간) 개인의 성적 성향을 이유로 고용 차별을 금지한 판결을 내렸다. 이에 미 언론은 ‘성소수자 권리에 있어 예상치 못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성소수자 단체 대표들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뤄낸 성과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이번 판결은 이런 예상을 뒤집었다. 공화당이 연방정부를 장악한 데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여럿 임용됐다는 점에서 이들의 우려는 근거가 없지도 않았다.

고서치 주도 찬성 6, 반대 3
성소수자 권리 새로운 이정표
동성 결혼 합법화보다 의미 커

그러나 놀랍게도 찬성 6대 반대 3으로 통과된 이번 판결을 주도한 대법관들은 보수 성향이었다. 주심이자 이번 판결문을 쓴 닐 고서치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해 오히려 이번 판결에 반대하는 이들이 철썩같이 믿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고서치 대법관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이 이번 판결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 제7조의 적용 범위는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로 확장됐다.

고서치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1964년 제정된 이 민권법 제7조를 언급하며 “오늘날 우리는 ‘단순히 동성애자이거나 트랜스젠더(성전환자)라는 이유로 개인을 해고하는 고용주는 법을 위반했다’는 법적 선택이 가져오는 필연적 결과를 인정하길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성 소수자 단체들이 가장 원하던 성격의 성취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통상 2015년 내려진 동성 결혼 합법화 판결이 정치와 문화에 변화를 가져다주고 동성애자들을 미국민의 주류 반열에 들게 한 성과로 여겨지지만 실상 동성애자 권익단체는 이를 최우선 과제로 두지 않았다.

특히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미니애폴리스,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심 지역 단체들이 가장 중시한 목표는 ‘일자리에서의 공정한 대우’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동성 결혼 합법화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는 설명이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건 분야에서 동성애자 및 성전환자의 권리를 박탈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고 평했다.

김경희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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