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긴장 고조되는데 국회는 정쟁·파행만 거듭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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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엊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면서 21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파행을 빚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16일 여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과 상임위 강제 배정에 대해 “헌정사상 유례없는 폭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의사일정 보이콧에 나섰다. 여당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예결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장 전체를 다 가져갈 수 있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야가 21대 국회 출발부터 극한 대치를 보인 것은 실로 유감이다.

남북관계·코로나·경제 문제 등 현안 산적
여야 통 큰 협치로 민생·국익 살려 나가야

국회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할 일이 많다. 당장 남북관계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다.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한 지 사흘 만인 어제 오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비참하게 파괴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2018년 9월 개성에 문을 연 연락사무소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여야를 떠나 초당적인 협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수도권 연쇄 집단감염 등 코로나19 사태도 심상찮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 사태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우리 경제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 재점화로 한국 입지는 더욱더 좁아지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그야말로 녹록지 않음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 현안이 산적한데 국회마저 파행을 빚어서 되겠냐는 게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다.

176석 거대 여당의 야당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국회 원 구성을 마냥 미룰 수 없었다는 점은 이해한다. 경위야 어찌 됐든 제1 야당의 불참 속에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고,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거부한 통합당 의원들을 강제로 배정한 것은 제7대 국회 때인 1967년 이후 53년 만의 일이다. 헌정사에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국회 파행은 말할 것도 없고, 여야 협치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야는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4·15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은 ‘일하는 국회’를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21대 국회는 또다시 20대 동물 국회를 재연해선 안 된다.

통합당도 무작정 자기주장만 할 건 아니다. 거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이 야당의 책무지만, 민생을 외면하는 강경 일변도의 투쟁은 답이 아니다. 여야 갈등의 핵심인 법사위원장 문제만 하더라도,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체계·자구심사권을 이용해 국정 운영의 발목 잡기를 해 온 측면이 없지 않기에 자성이 필요하다. 오히려 이제는 변질된 법사위의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대치를 멈추고, 협치의 정신으로 돌아와 국회 정상화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국회가 한가롭게 싸울 때가 아니다. 민생과 국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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