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여아 ‘위기 예측 시스템’ 등록됐지만 창녕군은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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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 아동 학대 계부가 1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계부는 자신의 의붓딸을 쇠사슬 등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

정부가 관리하는 위기 아동 예측 시스템에 경남 창녕의 9세 여아 아동 학대 가구가 등록됐으나 해당 지자체가 적극 행정을 펼치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창녕군 등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여아 학대 가구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행복e음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이하 행복e음)에 아동 학대 가능성이 있는 가구로 등록됐다. ‘행복e음’은 학대 위험이 있는 가구를 예측하는 시스템으로, 2018년 3월 도입됐다. 영유아 건강검진 여부, 학교 출석률 등 학대 위험 요소 41종을 분석해 학대 의심 가구로 예측되면 ‘아동 행복 지원 발굴 대상자’로 등록된다.

올 1월 15일 거제서 창녕 전입
면사무소, 코로나 감염 확산 이유
단 한 차례도 가정 방문하지 않아
학대 가담 친모도 신병 처리 검토

올 1월 15일 거제에서 창녕으로 전입한 학대 가구에 대한 행복e음 정보는 전입 이틀 후 창녕군과 대합면에 이관됐다. 지자체 행복e음 시스템에 관련 정보가 등록되면 해당 읍·면·동사무소는 3개월 이내에 해당 가구를 방문해야 한다.

그러나 대합면사무소는 정보 이관 이후 단 한 차례도 해당 가정을 방문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방문을 자제했다는 게 이유다.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돼 보건복지부에서 방문 자제를 요청해 현장을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소 해당 서비스를 위한 전국적인 현장 방문율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 행복 지원 발굴 대상 가구에 대한 현장 방문율은 95%에 달한다. 같은 기간 경남도의 현장 방문율도 90% 정도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문율이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된 상태에서도 아동 학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전국 지자체 다섯 곳 중 한 곳은 위기 가구를 방문해 학대 가정을 살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코로나19 심각 단계에서도 아동 학대 위험성이 있는 가구에 대한 방문은 필수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창녕군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거제시로부터 피해아동 가정이 보호가 필요하다는 어떠한 정보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거제시가 구체적인 정보를 통보했더라면 창녕군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창녕군 측은 “현재 우리 군은 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해 의료비를 지원하고 초록우산 경상남도 어린이재단을 통한 후원연계도 요청했다”면서 “아동은 일시보호시설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학대 아동 계부를 구속 수사 중인 경찰은 학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친모(27)의 신병처리도 검토하고 있다. 친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지난 12일 도내 한 병원에 행정 입원해 정밀 진단을 받고 있다. 경찰은 친모의 주치의와 변호사 등을 만나 입원한 상태에서 관련 조사를 받을 수 있는지 상태를 점검한 뒤 강제수사 전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학대 아동의 진술을 토대로 쇠사슬, 프라이팬, 빨래 건조대 등 혐의를 입증할 도구도 상당수 확보했다. 학대 아동이 꾸준히 일기를 써 온 것을 확인해 일기장도 증거물로 확보했다. 일기장에는 “엄마한테 혼나서 아프다. 거짓말해서 혼났다”는 등의 내용으로 범죄정황을 의심할 만한 문구는 일부 있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학대 아동은 병원에서 2주간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해 현재 도내 한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머물고 있다. 의붓동생 3명은 법원 임시보호명령에 따라 다른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백남경 기자 nkbac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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