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다시 갈 수 있을까” 입주기업들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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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는 소식에 남북 평화 분위기 속 개성공단 재개를 바라던 지역 기업들의 충격에 빠졌다. 특히 개성공단 효과를 몸으로 경험했던 기업인들은 ‘소중한 자산’인 개성공단 재개가 멀어지는 데 대한 서글픔을 드러냈다.

부산 입주기업 삼덕통상 등 5곳
2016년 폐쇄 때 몸만 빠져나와
‘기존 설비 무용지물 될라’ 걱정
불안 심리에 주식 시장도 출렁

■훈풍은 어디 가고 폭파라니

부산지역 기업 중에서는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될 당시 신발 완제품을 생산하는 삼덕통상을 비롯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신발 반제품, 부품 등을 생산하는 천일상사, 제이드엠, 유성산업, 영유아복 제조업체 유영어패럴 등 5곳이 공장을 운영했다.

이들 업체는 31명의 직원을 개성공단에 상주시키면서 북측 근로자 4230명을 고용해 현지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특히 개성공단 최대 규모 입주사인 삼덕통상은 북측 인력 2800명을 고용, 매달 신발 23만 켤레를 생산했다. 천일상사도 630명의 근로자를 고용, 연간 60만 켤레를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로 많은 거래처를 잃었고, 설비를 그대로 두고 나왔던 기업인들은 2년 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며 개성공단 가동 재개라는 희망에 부풀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미국 연방하원을 방문해 공단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개성공단 다시 갈 수 있을까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2018년 조사했을 당시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응답 기업 101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적인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은 26%, 제도정비 등 기반 조건이 충족되면 입주하겠다는 기업은 약 70%로 나타났다.

하지만 16일 남북연락사무소의 폭파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한 기업인은 “남북연락사무소가 얼마나 큰데 그게 터졌다니 매우 놀랍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한동안 개성공단 재개 목소리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더 지체되면 설비도 재설치해야 하고 인력들도 다시 숙달까지 시간이 걸려 개성공단은 아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2대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회장을 맡았던 삼덕통상 문창섭 대표는 “개성공단은 자재조달에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숙련되고 언어가 통하는 젊은 노동력을 구할 수 있어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 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인데 개성공단 재개가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여 아쉬움이 크다”며 “부디 개성공단의 가치를 한 번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는 소식은 주식 시장도 크게 흔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총 1위인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5시 2분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종가 대비 800원(-1.54%) 하락한 5만 1300원에 거래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날 4.41% 급등한 5만 2100원에 정규시간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시간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도 종가보다 1600원 떨어진 8만 3800원(-1.87%)에 거래되기도 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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