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보다 낮아진 상가… 초량천 공사 예견된 침수 피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생태하천 복원하며 20㎝ 경사 피해 현실화에 뒤늦게 “재시공”

초량천 생태하천 공사로 인근 가게 입구보다 높아진 보도. 작은 사진은 지난 13일 내린 비로 가게 안까지 물이 들어찬 모습. 박혜랑 기자·동구의회 이상욱의원 제공

부산 초량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인근 상가에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부산시가 부랴부랴 재시공에 나서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하천 벽을 높게 시공하면서 덩달아 높아진 보도와 인근 상가 사이에 경사가 생기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부산시는 당초 이런 피해를 고려하지 못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부산시는 2011년부터 37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동구 부산고 입구부터 중앙로까지 약 400m 구간의 도로를 걷어 내고 폭 25m의 자연형 하천을 조성하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시는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하천벽을 뜻하는 하폭을 높게 시공했다. 하지만 하폭을 높게 만들면서 초량천을 따라 이어진 보도 높이도 20cm가량 높아졌고, 초량천 인근의 상가들은 보도보다 20cm 아래 지대에 위치하게 됐다.



부산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지난 13일 오전 2시께 일대 가게는 이 경사 때문에 그야말로 물바다로 변했다. 초량천 초입에서 12년간 식당을 운영한 A 씨는 “여기서 10년 넘게 장사했지만 이 정도로 물난리가 난 적은 없었다. 시커먼 물이 식당으로 들어와 물을 빼내느라 장사를 하루 접어야 했다”며 “그나마 새벽장사를 하는 나는 빨리 발견해 조치할 수 있었지만, 다른 가게들은 아침에 와서야 이 난리를 발견하고 물을 퍼내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상인 B 씨도 “상가가 보도 아래 위치하게 되면서 물이 다 가게 안으로 들어와 하수구 구멍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며 “곧 장마철이 되면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초량천 공사가 진행되는 400m 구간의 도로에는 상가 20여 개가 있다.

상인들은 상가와 보도의 높이 차이로 경사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침수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부산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구의회 이상욱 의원은 16일 열린 동구의회 정례회 5분 발언에서 “안 그래도 초량천 공사로 인근 상인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이 항의하자 부산시는 공사 시공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면서 “뻔히 예상되는 침수 우려에도 제대로 살피지 않는 부산시가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부산시의 안일한 행정을 규탄했다. 해당 공사의 현재 공정률 65%로 내년 초 준공을 앞두고 있다.

침수피해 사실이 알려지며 주변 상인들의 민원이 거세지자 부산시는 16일 부랴부랴 보도를 상가 입구와 같은 높이로 맞추는 재시공을 결정했다. 부산시는 “초량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홍수방어 계획 등을 고려해 하폭을 설정했다”며 “미처 살피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 상인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보도 높이를 낮추는 공사를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