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매개로 일상의 얘기 나누며 삶의 상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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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생활예술모임 곳간’ 대표

지난해 열린 생활예술모임 곳간의 정규 프로그램인 ‘문학의 곳간’ 55회 행사. 앞줄 맨 오른쪽이 김대성 문학평론가. 김대성 제공

“문학은 누군가가 독점하는 영역이 아니라 일상에서 길어 올린 삶의 이력이 쟁여져 있는 ‘보고(寶庫)’입니다. 개인이 일상에 뿌리를 두고 문학 작품을 경유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때 사람 자체가 하나의 곳간이 됩니다. ‘생활예술모임 곳간’은 저마다의 이력으로 책을 읽고 캐낸 것들을 나누는 장입니다.”

‘생활예술모임 곳간’ 대표인 김대성(40) 문학평론가는 대학 등 제도권을 벗어나 시민들과 생활 예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독특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그는 2013년 7월부터 부산에서 8년째 ‘생활예술모임 곳간’을 열어 오고 있다. 이러한 동력은 ‘생활 속에 예술적 순간이 있고 예술은 생활을 바탕으로 나온다’는 그의 신념에서 나온다.

2013년부터 부산서 8년째 운영
시민과 생활 예술 가능성 모색
공연 기획·전시 참여 등 시도도

‘생활예술모임 곳간’의 정규 프로그램은 1년에 10차례 열리는 ‘문학의 곳간’이다. 김 평론가는 지금까지 ‘문학의 곳간’을 66차례 열었다. ‘문학의 곳간’은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열린다. 장소는 기획에 따라 바뀐다.

‘문학의 곳간’은 책을 매개로 만나는 모임. 이곳에 오는 이들은 문화 예술 종사자, 대학생, 주부, 직장인, 성 소수자 등 다양하다. 열 명 남짓한 구성원이 각자 삶의 이력과 관점에 따라 책을 다르게 해석하고 자유롭게 말한다. 책이 주인공이 아니라 책을 읽은 사람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경청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삶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문학의 곳간’ 모임은 언제나 ‘사귐 시간’으로 시작한다. 이 시간에는 책 이야기보다는 보편적인 테마에 대해 참가자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김 평론가는 곳간에 1회 이상 참여한 이들에게 모임 당일 사귐 시간의 주제를 SNS를 통해 공지한다.

김 평론가는 ‘문학의 곳간’을 진행하는 일 외에도 공연 기획, 미술 전시 참여, 공연 리뷰 쓰기 등 참가자들과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2018년 말 <대피소의 문학>(도서출판 갈무리)이란 문학 평론집을 낸 그는 문학의 기능을 ‘대피소’라고 명명한다. ‘문학의 곳간’은 삶으로서의 예술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대피소나 다름없다.

“언제라도, 무엇이라도, 누구라도 무너지고 쓰러질 수 있는 이 세계에서 절실한 것은 미래나 희망이 아니라 오늘을 지켜 줄 수 있는 대피소입니다. 한 잔의 물, 한 마디의 말, 몸을 덮어 줄 한 장의 담요, 각자가 품고 있는 이야기 한 토막, 소중했던 기억 한 자락 등 사소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것이 이곳에선 사람을 살리고 구합니다. 대피소에 당도한 이들은 마음 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회복하는 존재가 됩니다.”

김 평론가는 2017년부터 ‘회복하는 글쓰기’ 모임도 열고 있다. 단편 영화 비평, 칼럼,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비평적 에세이, 책 쓰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해 부산 원도심 문화 창작 공간인 또따또가 입주단체로 선정된 ‘생활예술모임 곳간’에 김 평론가는 예술 창작 공간 ‘회복하는 생활’을 마련했다. 그는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에 가치 있는 순간이 쟁여져 있다”며 “기회가 되면 생활문예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부산 출생인 그는 2007년 계간 <작가세계> 평론 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부산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교보문고가 올해 부산에 마련한 ‘낭만독서 클럽’ 기획과 진행을 맡고 있다. 부산 수영구 망미동 책방 한탸에서 글쓰기 수업도 한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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