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문학 기행] 호프부르크 궁전 제국박물관 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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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찌른 창 알려져 곳곳 떠돌다 빈 정착

오스트리아 빈 호프부르크 궁전의 제국박물관에는 매우 이색적인 스토리를 가진 창 하나가 전시돼 있다. 바로 ‘성창(사진·聖槍)’이다.

성창 이야기는 성경에 나온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를 묘사한 <요한복음> 19장 34절에 이런 구절이 있다.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성창을 소유한 사람은 천하를 주름잡았다. 4세기에는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손에 들어갔다. 9세기 초에는 교황 레오 3세가 성창을 샤를마뉴 대제에게 선물로 증정했다. 전설에 따르면 샤를마뉴는 47번의 전투에 성창을 들고나가 모두 승리했고, 우연히 성창을 떨어뜨렸을 때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 시기에 성창은 뉘른베르크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옮겨졌다. 나폴레옹이 성창을 확보하면 천하무적이 될 것을 우려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결정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히틀러는 오스트리아를 병탄한 뒤, 성창과 합스부르크의 모든 보물을 뉘른베르크로 옮기게 했다. 전쟁 말기 뉘른베르크 지하 터널에서 성창을 발견한 연합군은 성창을 빈으로 돌려보냈다. 전설에 따르면 연합군이 성창을 확보한 날은 1945년 4월 40일이었다. 그로부터 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히틀러는 베를린의 벙커에서 자살했다.

제국박물관은 2003년 영국의 한 금속학자에게 의뢰해 성창의 연대를 조사하게 했다. 그 결과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7세기에 만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다른 곳에도 성창이 보관돼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탈리아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 돔 밑에 보관돼 있다는 것이다. 아르메니아의 종교적 수도로 일컬어지는 바가르사파트에도 성창이 있다고 한다. 남태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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